美하원, ICC 제재 법안 통과…'네타냐후 체포영장 청구' 발단
공화당 법안에 민주당서도 이탈표…ICC 직원 입국 금지·자산거래 제한
바이든, ICC 제재 "강력 반대" 표명…트럼프 정부 제재도 철회한 전력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하원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자지구 전쟁을 강행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대로 ICC 검사장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게 발단이 됐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ICC 제재에 반대하고 나서 법안이 제정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4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찬성 247표·반대 155표로 ICC 제재 법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번 법안엔 ICC 비회원국 국민을 기소한 ICC 직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이들이 가진 미국 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원 과반 의석을 점유한 공화당 의원들은 기권 2표를 제외하면 모두 찬성표를 행사했다. 민주당에서도 하원 의원 5분의 1인 42명이 공화당 의원들을 따라 찬성 대열에 합류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성명을 통해 "오늘 표결은 ICC 직원들의 불법적인 행동에 선을 긋는 것"이라며 "미국은 확고하게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 카림 칸 ICC 검사장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3명과 함께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상대로 전쟁범죄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테러 집단'과 '민주 국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도 즉각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지도부를 향한 ICC 체포영장 청구는 터무니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21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의회의 ICC 제재 법안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7일 뒤 백악관은 "ICC에 대한 제재는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ICC 권한을 줄일 다른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에 회부된다. 상원에선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한 데다 법안 거부권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 반대 입장을 밝힌 만큼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미 언론들의 시각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에 체포 영장을 청구한 ICC 검사장의 무분별한 서두름에 깊이 우려한다"면서도 제재 법안엔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선 1200명이 살해되고 240명이 납치됐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7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면서 가자 전역의 누적 사망자는 3만5000명을 넘겼다. 칸 검사장은 양측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전쟁 범죄'와 '인도에 반한 죄(반인도 범죄)'를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로마규정에 따라 2002년 발족한 ICC는 상설재판소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국제법에 의거해 형사처벌한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회원국이 직접 경찰력을 동원해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스라엘은 로마규정에 가입하지 않은 만큼 실제 체포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도 미가입국이다. ICC는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는 궐석 재판은 진행하지 않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ICC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벌인 전쟁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승인하자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4월 이를 해제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ICC 제재는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조치"란 성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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