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막무가내 라파 작전에 바이든 전전긍긍…"레드라인 유명무실"

이스라엘군, 벌써 라파 중심부에 탱크 배치
바이든, 유대계와 아랍계 유권자들 여론 의식해 미온적 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를 방문해 벤구리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3.10.18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난민촌을 공습하며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했는데도 이스라엘이 라파 중심부까지 탱크를 이끌고 들어가면서다.

AFP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하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지난 26일 발생한 공격으로 인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이스라엘의 라파 난민촌 공습으로 여성과 노약자를 포함해 45명이 사망했다. 불지옥에 가까운 참상에 국제사회가 경악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반인도적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3.11.08/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설정했던 '레드라인'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일 경우 이스라엘에 공격용 무기와 포탄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경고했다.

알자지라통신은 이스라엘이 공습을 더 격렬하게 퍼붓고 라파 중심부에 탱크를 배치했는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 국제정책센터(CIP)의 딜런 윌리엄스 부센터장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실수든 아니든 난민촌의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는 건 바이든 대통령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형식적인 조사를 기다려선 안 된다. 당장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유대계 유권자들은 선거 자금줄이고, 아랍계 유권자들은 미네소타 등 경합주에서 적지 않은 인구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인 이스라엘을 충분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의회 연설에 초청하기까지 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가 건물을 검거했다. 2024.04.3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대학가를 뒤흔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미국 대테러 연구기관인 수판센터의 연구 책임자인 콜린 클라크는 "바이든은 라파 작전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단호하게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그의 레드라인이 점점 더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에 대응하지 않고 무엇이 전면적인 침공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쟁하는 쪽으로 크게 후퇴했다고 AFP는 지적했다.

AFP는 유엔 최고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 중단을 명령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행동을 언제까지 눈감아줄지 의문이 증폭된다고 전했다.

고든 그레이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AFP에 "(바이든 행정부는) 정말 어려운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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