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권 이어 대마초 美 대선 이슈…이민자·청년 공략 나선 바이든
바이든, 대마 사용률 높은 흑인·라틴계 유권자 의식한 듯
美 약 40개 주에서 이미 대마 허용…연방·주 법률 격차 해소 첫 발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미국 정부가 마리화나(대마)의 약물 등급 하향을 추진하면서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변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마를 1급에서 3급 약물로 변경할 것을 백악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1970년부터 헤로인, 엑스터시, LSD와 함께 1급 약물로 분류되던 대마를 타이레놀 등 케타민, 코데인이 함유된 진통제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겠다는 파격적인 행보다.
법무부의 이번 발표는 지난해 8월 보건부가 대마의 등급 변경을 권고한 이후에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2022년부터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대마의 약물 등급 하향을 검토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대선에서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를 사로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퓨 리서치 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은 비슷한 비율로 대마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2020년 대마 소지로 체포된 사람 중 흑인은 39%에 달했다. 흑인이 대마 소지로 체포될 가능성이 백인보다 3.6배 더 높았다는 의미다. 미국 전체 인구 중 12%에 불과한 흑인 인구 수를 감안하면 비대칭적인 수치다.
또 미국에서 대마는 라틴계 이민자들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인식이 있어 인종 차별적인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AFP는 전했다. 뉴멕시코주에서는 이미 대마 사용이 허용됐지만 미국 세관과 국경 순찰대는 연방법을 이유로 검문소에서 마약 소지자를 계속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민자를 내쫓기 위한 차별적인 정책이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대마의 약물 등급 하향은 낙태권과 함께 청년 유권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AP 보트캐스트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유권자의 63%가 기호용 대마 사용 합법화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특히 합법화에 대한 지지는 45세 미만 성인 사이에서 더 높았다.
정부는 이번 등급 하향으로 연방과 주 사이의 법률 격차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연방법은 대마를 1급 약물로 분류할 만큼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지만 미국의 약 40개 주에서 의료용이나 기호용 대마를 허용하고 있다. 대마가 3급 약물로 분류되면 연방법에 따라 약물 소지 및 사용에 대한 처벌은 가벼워진다.
여론도 지지하는 모양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1995년에는 미국 성인의 단 25%만 대마 합법화를 지지했지만, 2023년에는 70%까지 증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청소년의 대마 사용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에 따르면 10대 시절 대마를 사용한 청소년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 건강 장애를 겪을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마의 상업화 및 합법화에 반대하는 단체 '대마에 대한 똑똑한 접근법'은 "명백히 유해한 제품을 판매하려 막대한 로비를 벌여온 대마 업계는 이제 대마의 사용과 중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제안은 백악관 관리 예산처로 전달돼 검토 및 최종 결정 과정을 거친다. 공개 의견 수렴이 이어지고 입법 절차도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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