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vs 버티기'…'친팔시위 진원지' 美컬럼비아대 긴장 고조
학교 측 "텐트 철거·정학" 통보…시위대 "혐오스러운 전술"
캐나다·프랑스로도 시위 번져…소르본대는 "멱살 잡고 해산"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대학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 진원지인 미(美) 뉴욕주 소재 컬럼비아 대학교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학교 측이 '시위 텐트'를 해산하지 않으면 정학 처분에 들어가겠다는 최후통첩을 한 가운데 시위대는 이를 거부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노슈 샤픽 컬럼비아대 총장은 성명을 통해 학교 측과 학생 시위대 간 며칠간의 협상이 있었으나 결국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교는 시위대의 핵심 요구인 '이스라엘 군(軍)을 지원하는 자산 매각'은 할 수 없으나 학교 측의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가자지구의 보건·교육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컬럼비아대는 그러면서 이날 오전 시위대에 '오후 2시까지 텐트를 철거하라. 시위 참여를 인정하는 양식에 서명하지 않는 학생은 정학을 당하고 학기를 정상적으로 이수할 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서명을 하고 해산한 학생들도 2025년 6월 또는 졸업하는 날까지 '징계 보호관찰'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시위대는 '학교 측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컬럼비아대 시위 집행부라고 볼 수 있는 '컬럼비아대 아파르트헤이트 퇴출 연합'(CUAD)은 공동 대응 성명을 통해 "이런 혐오스러운 '겁주기 전술'은 3만4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죽음에 비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컬럼비아대가 우리 요구를 충족시키거나 무력으로 움직일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는 컬럼비아대가 △이스라엘과 관련한 사업 매각 △대학 재정의 투명성 △시위 참여 학생·교직원에 대한 사면까지 세 가지 요구를 충족할 때까지 캠퍼스에 '시위 텐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위대는 학교 측의 최후통첩 시한이 넘은 후에도 최소 120개의 텐트를 유지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지난 18일 컬럼비아대 교내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하던 학생 시위대를 경찰에서 체포한 이후 이 시위는 현재 미국 대학가 전역으로 확산한 상태다. 이달 28일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지는 등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따른 체포자 수는 최근 2주간 100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시위가 다른 나라 대학으로도 번지는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 학생들은 27일에 약 20개의 친팔레스타인 시위 텐트를 설치했다. 다만 대학 측 성명에 따르면 29일까지 텐트 수가 당초보다 3배로 늘어났지만 이는 대부분이 맥길대 학생들이 설치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학교 측은 또 반유대주의적 언어와 위협적 행동을 사용하는 영상 증거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명문대 시앙스포에서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도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위한 학교 내 텐트가 설치됐는데, 29일 경찰이 투입돼 해산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캠퍼스 내에는 50여 명, 밖에서는 약 150명이 시위를 벌였다. 한 소르본대 학생은 로이터에 "경찰이 달려와 텐트를 무너트리고 학생들의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서 끌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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