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경제적 강압 대응 위한 전담팀 구성…비공식 명칭은 "회사"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 산하 중국 정책 조정관 등 8명으로 구성
컨설팅회사처럼 운영…韓·호주 강압 때 대응 못했다는 인식이 동인

강인선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 (공동취재) 2024.1.3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정부가 미국의 동맹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중국이 지난 2021년 대만과 연락사무소 개설한 리투아니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한 뒤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당한 동맹들을 돕기 위한 전담팀을 만들었다.

해당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미 당국자는 동맹들로부터 그러한 지원에 대한 요구가 강력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경제적 강압은 중국이 정치·외교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막대한 경제력을 이용해 상대국을 압박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중국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자, 한한령을 내리는 등 한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으로 보복 조치를 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전담팀을 구성한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지만, 2021년 리투아니아 사태 이후에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8명으로 구성된 국무부내 전담팀은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 산하에 있는 멜라니 하트 중국 정책 조정관이 이끌고 있으며, 비공식적으로 '회사(the firm)'로 불린다. 해당팀은 일종의 컨설팅회사처럼 운영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고객' 국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국무부 경제학자들이 해당 국가와 중국의 교역 관계에서 취약점을 분석한 뒤 해당 국가의 수출 시장을 중국으로부터 벗어나 다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당 국가가 요청할 경우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중국의 행동에 대한 다양한 대응을 모색하는 도상훈련(TTX)을 실시하기도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리투아니아에 제공한 무역금융과 조달거래, 시장접근 등 패키지를 언급하며 "각 국가가 찾아오고 있고 많은 국가가 '우리도 리투아니아와 같은 대우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리투아니아가 지난 2021년 11월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부 개설을 허용하자 교역을 끊는 등 경제적인 강압 조치로 보복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수출입은행에서 6억달러 상당의 신용을 제공하고 농산물을 미국에 수출하기 더 쉽게 해주는 등 리투아니아를 다방면으로 지원했다.

미국이 리투아니아를 지원한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유럽의 10여개 국가가 미국 정부에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비하거나 이를 완화할 방법에 대한 지침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중국은 자신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국가들을 유인하거나 고립시키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의 경우 중국이 필리핀산 농산물을 불매할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과 농업 부문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농산물 보관을 위해 필리핀에 냉동보관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과거 중국이 한국이나 호주에 대해 경제적 강압을 시도했을 때 미국이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국무부가 이같은 전략을 실시하는 동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 중국이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을 중단하고, 호주산 석탄·와인·소고기를 불매해도 관여하지 않았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우리는 이 영화를 이전에 본 적이 있고, 이제는 영화 테이프를 멈출 때가 됐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과거 중국의 강압에 미국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인식에 대한 질문에 "그것은 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제재와 관세, 수출통제, 공급망 강화를 위한 프렌드쇼어링(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투자 및 데이터 흐름에 대한 조사 강화 등 경제 및 무역 정책 도구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의 분열 때문에 우방국에 미국 시장을 개방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협정은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무역센터의 데버라 엠스는 "미국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무역 의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전 과제"라며 "미국이 경제 측면에서는 현재나 잠재적인 파트너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