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 체포에도 친팔 시위 美대학생들 지속 의지…60년대 반전 운동 연상
컬럼비아 대학교서 108명 체포된 후 줄줄이 경찰 체포 이어져
학교 측 잠잠해지길 기대하지만…"베트남전 유령 불러올 수도"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대학 측의 만류, 경찰 투입 등에도 불구하고 중단 기색 없이 지속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통상 5월 초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으로 들어가는 만큼 대학 측은 이때를 기점으로 시위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길 바라는 분위기지만, 시위는 이어져 1960년대 말 베트남전 반전 시위 때와 같은 유혈 충돌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으로 촉발된 미(美)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로 인해 현재까지 전국 대학교에서 8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번 시위의 시발점으로 일컬어지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지난 18일 최소 108명의 시위대가 체포된 후, 예일대, 뉴욕대, 미네소타 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텍사스 대, 에머슨 대학 등에서 적게는 20명대, 많게는 100명대까지 시위대 체포가 이뤄졌다.
학교 측은 5월 초 학기가 끝날 때쯤에 시위가 잠잠해지지 않겠냐는 기대를 안고 있으나 시위 학생들은 대학들이 분쟁(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과 결별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다.
대표적으로 컬럼비아 대학교 학생들은 학교가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과 같은 기업으로부터 받는 투자를 중단하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과 파트너십을 종료해야 한다면서, 이 요구가 학교 측에 수용될 때까지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컬럼비아 대학교는 시위대와 교수진 간 협상에서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다만 대학 측은 학교에 경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시위대에 '경찰 불투입'을 '느슨하게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시위를 반(反)유대주의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컬럼비아 학생회'는 "우리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 선동적 개인에 초점을 맞춘 언론에 좌절감을 느낀다"며 "우리는 어떤 형태의 증오와 편견도 단호히 거부하며, 우리 연대를 방해하려는 학생이 아닌 이들의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NYT 칼럼니스트인 찰스 M. 블로는 미 대학가 시위를 두고 "1968년 베트남 전쟁 반대 대학 시위가 전국 정치 영역으로 확산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방위군과 시위대 간 폭력 충돌로 절정에 달했던 유령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68년 4월 컬럼비아 대학교 학생들은 5개 대학 건물을 점거해 일주일 동안 '베트남전과 인종 차별 반대'를 외쳤다. 경찰 1000여 명이 투입돼 학생들을 강제 해산했고, 이 과정에서 700명이 체포되고 100명이 다쳤다.
특히 올해와 마찬가지로 1968년에도 대선이 치러졌는데, 당시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장 밖에 몰려든 반전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대규모 유혈사태(피의 전당대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에도 반전 단체들은 오는 8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팔레스타인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하템 아부다예는 이번 전당대회가 "60년대 후반의 소동 이후, 가장 중요한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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