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美 수도 워싱턴DC 대학가까지 번진 친팔 지지 시위…"평화 원해"

25일 조지워싱턴대 광장에서 텐트 농성…사흘째인 27일 300명 모여 시위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수도인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광장에서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텐트 농성장은 경찰이 설치한 울타리로 가로 막혀 접근이 통제돼 있다.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선 여전히 집단학살(genocide)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를 상기시키고 이에 대한 반대의 뜻을 전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27일(현지시간) 오후 4시30분께 뉴스1이 찾은 조지워싱턴(GW)대학 인근 H스트리트에는 3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맞서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미국의 친(親)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도 시위의 물결이 이어진 것이다.

워싱턴DC와 인근 버지니아 및 메릴랜드주(州) 대학 및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 모임(SJP)'은 지난 25일부터 GW대학내 광장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대학교 광장에 있는 텐트 농성장에는 15개 정도의 텐트가 쳐져 있었지만, 울타리로 가로막혀 텐트 쪽 접근은 봉쇄돼 있었다. 텐트 농성이 시작된 지난 25일엔 30개가량의 텐트가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소수의 경찰이 텐트 농성장 내에 서서 현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텐트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모아타즈 살림이 27일(현지시간) 뉴스1과 인터뷰를 한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GW 대학원생으로 텐트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모아타즈 살림(26)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현재 텐트 농성장엔 20여 명이 있다"며 "이것은 시위가 아닌 문화행사인데 학교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세우는 등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장 앞을 지나는 H스트리트에도 10여 개의 텐트와 천막 등이 설치돼 있었고, 농성장 울타리 등에는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지금 당장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라"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GW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여대생은 "텐트 농성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H스트리트에 텐트를 추가로 설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텐트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은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 반대 △GW대와 이스라엘간 연관 종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살림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집단학살에 반대한다"며 "GW대가 (미국) 수도에 있다 보니 이스라엘과 정치적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앞에 설치된 텐트 농성장 앞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후 5시쯤 SJP측에서 주도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한 여학생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자유" 등의 구호를 선창하자 현장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따라 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텐트 농성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 위해 현장에 참석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언급한 여대생은 "저는 텐트 농성을 지지하고 GW가 그들의 뒤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이들과 함께 온 2명의 아랍계 여성은 "텐트 농성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우리가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 아이들까지 함께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아시아계 여대생은 "저는 입양아로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시아계라기 보단 다른 미국인들과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모든 곳에서의 평화를 원한다. 다수의 미국인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미국 정부가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아랍계 미국인이라 밝힌 한 남학생은 "제 생각엔 (미국 정부의) 투명성이 훨씬 더 높아야 할 것 같다"며 "제 세금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다. 제가 낸 세금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데 쓰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광장에서 텐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마스가 인질들을 먼저 석방하는 게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참석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여성들은 "하마스가 인질들을 조속히 풀어줘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그것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스라엘에 붙잡혀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더 많다. 그 숫자가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그중에는 수많은 아이와 여성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여성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이스라엘이 수십년간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땅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W대 시위 현장은 경찰과 시위대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다른 대학 캠퍼스보단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위가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대학생 등 시위 참가자들 대부분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가 하면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대학 본부가 텐트 농성 참여자들에 대한 징계를 공언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살림은 "텐트 농성 참여자 7명이 정학을 당한 상태"라고 전했다.

당초 경찰은 GW대학 본부의 요청으로 지난 26일 새벽 3시께 텐트 농성 해산을 위한 진입을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진입 직전 "물러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GW대에서의 시위가 다른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해산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워싱턴DC 경찰은 대학부지 안팎의 활동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며, 지금까지 "이 활동은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광장 앞 H스트리트에서 텐트 농성에 대한 지지를 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번 시위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컬럼비아대가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캠퍼스에는 현재 학생과 시민운동가들이 뒤섞여 텐트를 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교내 동아리들이 강제 해산되면서 캠퍼스 시위가 시작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 18일 컬럼비아대에서 농성 중이던 학생 10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예일대에선 지난 22일 학생 47명을 포함해 60명이 캠퍼스 내에서 시위를 이어가다 퇴거를 거부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네소타대에서도 학생 9명이 연행됐고, 로스앤젤레스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와 보스턴의 에머슨대에서 각각 93명, 118명이 체포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미 전역 대학 캠퍼스에서 텐트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200여 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