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가 '친팔 시위' 급속 확산…바이든에 '최대 리스크' 부상
충성 유권자 '아랍계·젊은층'서 '부정적 기류' 심화
트럼프 "수치스러운 일 벌어져…책임은 바이든에게"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미국 대학가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당)의 재선 가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을 두고 '친이스라엘 정책'을 적극 펴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기존 충성 유권자였던 아랍계·젊은 층 유권자들의 저항이 있었던 가운데 이번 시위는 이런 부정적 기류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최근 컬럼비아 대학교를 시작으로 예일대학교, 뉴욕대학교(NYU) 등으로 번진 미국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날이 갈수록 확산하는 상황이다. 학교 측이 징계를 경고하고 공권력이 투입되고 있으나 학생들은 캠퍼스(교정)에 계속해서 '시위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미(美) 워싱턴포스트(WP)는 "올해 파괴적인 시위가 일상화될 경우, 유권자들을 안심시켜야 할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그는 친팔레스타인 운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 또한 사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는 "올해 대선이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책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이 직을 잃을 가능성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친팔레스타인 운동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승리(대선)를 거두기 위해 의지했던 많은 젊은 자유주의자들과 아랍계 미국인들을 끌어모았다"고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가도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라이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의 '사법 리스크', 제3주자인 로버트 F. 케네디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향방 등에 따라 간신히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하거나 힘겹게 그를 제치는 식이다.
앞서 지난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이 돼줬던 아랍계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불만을 품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항의 투표'를 벌이기도 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 중 한 곳인 미시간주가 대표적으로, 이곳은 2016년 대선 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해 "저는 반(反)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며 "또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고 했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양측 입장을 모두 담으려 했던 것으로 보이나 점차 격렬해지는 시위대를 안정시키기에는 호소력이 낮아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때를 놓치지 않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비판에 나섰다. 그는 23일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뉴욕 맨해튼 법원에 도착한 자리에서 "컬럼비아, 뉴욕대 등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그리고 그것(책임)은 바이든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홍보 전쟁에서 절대적으로 지고 있다"며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돌아가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멈추자"고 했다. 이는 대표적 친이스라엘 인사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을 위해 입장을 틀어, 아랍계·젊은 층 유권자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이번 대학가 시위를 두고 68혁명 시위 양상과 유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권위주의 타파와 기성질서에 대한 거부 등을 내걸고 1960년대 후반 서구권 여러 곳에서 나타난 운동을 통칭해서 68혁명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에선 1968년 4월 컬럼비아 대학교 사태가 당시 운동이 크게 확산하게 했다.
그해 4월 컬럼비아 대학 학생들은 5개 대학 건물을 점거해 일주일간 '베트남전과 인종차별 반대'를 외쳤다. 이에 경찰 1000여 명이 투입돼 학생들을 강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700명이 체포되고, 100명이 다쳤다.
또한 올해와 마찬가지로 1968년에도 대선이 치러졌다. 당시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장 밖엔 몰려든 반전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은 지금까지 '피의 전당대회'라고 불린다. 11월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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