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 급속 확산에 긴장…온라인 강의·무더기 체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발 미 대학가 시위' 일파만파 번져
수업 온라인 전환 등 조치…바이든 "노골적 반유대주의 위험"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 캠퍼스 밖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농성을 벌이자 경찰들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2024.04.18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정지윤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불똥이 미국 대학가로 튀었다. 전쟁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지지하는 학생들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이 중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학생 등을 중심으로 한 소위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미(美) 유수 대학 캠퍼스(교정)에 확산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경찰을 통해 시위 학생들을 체포하거나 교내 징계 절차를 실시할 것으로 예고했고, 미국 대학가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발(發) 미 대학가 시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시작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의 주 구성원은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이다.

미 대학가 시위의 심각성은 지난 18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감지됐다. 전날(17일) 컬럼비아대 모닝사이드 하이츠 캠퍼스의 남쪽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는 학교가 이스라엘 관련 사업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겠다고 선언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와의 교환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등 학교 측에 '이스라엘 관련 모든 활동을 보이콧하라'고 요구했다. 대학 측은 시위대에 해산을 요청하고 대화를 제안했으나 여의치 않다고 판단, 결국 뉴욕 경찰이 동원돼 시위대 108명 이상이 체포됐다.

이후 22일 미노슈 샤픽 컬럼비아대 총장은 "반감을 완화하고 우리 모두에게 다음 단계를 고려할 기회를 주기 위해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학교 입장으로 봤을 때 이는 유월절을 계기로 한 시위대와 유대계 측의 물리적 충돌 방지, 내달 있을 학교 졸업식 등을 감안해 현장 상황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학교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불붙은 듯 번져가는 모양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터프츠 대학교, 에머슨 대학에서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시위에 영감을 받아 '친팔레스타인 캠프'를 설치했다.

22일 미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소재 예일대학교에서는 캠퍼스를 비롯해 그 주변에서 일주일 동안 시위를 벌인 학생 등 47명 이상이 체포됐다. 학교 측의 만남 제안을 거절하자 경찰은 학생들을 체포하기 시작했고, 예일대 측은 체포된 학생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견책이나 근신, 정학 등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캠퍼스의 심장으로 일컬어지는 '하버드 야드'(Harvard Yard)로의 접근이 막혔다.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경비원에게 학교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청받았고 하버드 대학교는 오는 26일까지 일반인 출입을 금지한다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학교 정문에는 '사전 허가 없이는 텐트와 같은 테이블과 구조물을 학교에 설치할 수 없다. 이런 정책을 위반하는 학생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공고문이 붙었다.

뉴욕대학교(NYU) 시위대 또한 이날 오후 6시 스턴 경영대학원 입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 성지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NYT는 "시위는 학교 관리자들이 '이곳을 비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계속되고 있다"며 "그동안 경찰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내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MIT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2024.04.23 ⓒ AFP=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일련의 상황을 두고 '대학가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총장들(리즈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물러난 배경에 유대인 혐오 옹호라는 낙인, 이에 따른 해당 대학에 대한 기부 철회 등이 압박 요인으로 꼽히면서 더욱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문제는 심화되는 기류다.

그러나 정치권 등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사회 질서를 흐트리는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WSJ에 따르면 컬럼비아 대학교의 일부 유대인 학생들은 캠퍼스 안팎에서 괴롭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학생들'이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는 에덴 야데가르는 WSJ에 "끔찍하다. 이렇게 폭력적인 수사와 수많은 신체적 폭력 행위는 본 적이 없다"면서 일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기숙사 근처에 '인티파다'(Intifada·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 운동)라고 적고 떠나기도 했다는 등 사례를 증언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내 저명한 랍비인 엘리 부츨러 또한 CNN 방송에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정통 유대인 학생들 약 300명에게 강력하게 '집으로 돌아가 그곳에 머물 것을 권유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성명을 통해 "노골적인 반유대주의는 비난받을 만하고 위험하며, 대학 캠퍼스는 물론 우리나라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또한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경우에도 누군가를 파괴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되며, 누군가에 대한 폭력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시위의 목적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법을 위반하는 사람을 체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샤픽 총장은 "컬럼비아 대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의제를 추구하기 위해 캠퍼스에 와서 (반유대주의 의제를) 악용하고 증폭시켰다"는 입장을 최근 미 하원 교육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일각의 외부 세력이 학생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학 캠퍼스 안팎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2일(현지시간) 하버드 대학교 정문에 텐트 설치 등을 금지하는 공고문이 붙었다. 2024.04.23 ⓒ AFP=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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