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치솟을라…"바이든, 이란 원유 수출 제재 가능성 낮아"
미 정계서 이란 처벌 목소리 ↑…하원 공화당, 대이란 제재 입법 예고
제재 부과시 유가 상승 불가피…'이란산 석유 최대 구매국' 中 뿔날 수도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석유 수출 제재를 강력히 단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상황에서, 대이란 석유 수출 제재는 유가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이란산 석유 최대 구매국인 중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이란의 전례없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보복을 고심 중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앞서 이란이 보복을 예고한 지 2주만인 지난 14일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펼치자, 하원 공화당 지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대이란 제재를 강도 높게 시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하며 관련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법안을 채택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원 2인자이자 공화당 원내대표인 스티브 스칼리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석유 판매를 더 용이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 테러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란을 처벌하라는 정치적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 억지력을 키움과 동시에 유가를 잡아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 골치 아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 경제의 '생명선'인 원유 수출을 막기 위해 기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이든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재할 경우 유가가 치솟을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미 중앙정보국(CIA) 장교 출신이자 컨설팅업체 래피디언에너지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모델은 "이란에 대한 제재 법안들이 통과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는 무리하게 행동에 나서거나 기존 제재 또는 새로운 제재를 부과해 유의미한 방식으로든 (이란산 원유 수출을) 줄이거나 억제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에서 제재 및 자금 세탁 방지를 연구하는 킴벌리 도노반은 지난 몇 년간 미국의 대이란 석유 수출 제재가 엄격하게 시행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에 대응해 제재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면서 "특히나 올해는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유가와 휘발유 가격 이슈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이란 석유 수출 제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미중 관계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유조선 추적 전문업체 보텍사 애널리스틱는 중국이 지난해 하루 5560만톤 또는 111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 중국 원유 수입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존 알터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분석가는 미국이 제재를 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에는 한계가 있고, 회피자들은 허점을 찾는 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히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의 백악관이나 미래 백악관에 누가 들어선다 해도 이란 석유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수 있을 인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는 재임 기간 '이란 핵합의'로 알려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한 뒤 대이란 석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 핵 합의 복원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이란의 제재 회피를 단속하기 위해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기업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그럼에도 시장분석 전문업체 래피단 에너지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초경질유(condensates,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원유)를 제외하고는 하루 160만에서 180만 배럴을 기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부과되기 전 이란의 일일 수출량인 200만 배럴에 근접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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