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美, 계속 중추적 역할해야…일본이 함께할 것"
기시다, 日총리로선 9년 만에 美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美 리더십 없어선 안되지만, 무거운 부담 이해…日 함께할 것"
-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미국이 계속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본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전후 세계의 국제질서를 경제적·외교적·군사적·기술적 힘으로 변화시켰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해 왔다며 "세계는 미국이 계속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가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두 번째로, 2015년 4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의 다음 단계를 규정할 변곡점에 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이 몇 세대에 걸쳐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온 국제질서가 우리와 가치와 원칙이 매우 다른 국가들로부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자유와 민주주의가 현재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현재 대외적 입장과 군사 행동은 일본의 평화와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도 전례가 없고 가장 큰 전략적 도전"이라며 "중국의 이같은 도전 가운데,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와 평화를 지키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히로시마 출신으로서 제 정치 경력을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 왔다"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동아시아에는 핵무기 확산의 임박한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직접적인 위협이고, 납북자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도발은 지역을 넘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과 침략을 지원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수출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크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째에 접어들었다면서 "제가 종종 말하듯이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핵무기 사용에 의한 또 다른 재앙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현실에서 동맹들의 억지력이 개정되고, 신뢰성과 회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일간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인들이 "거의 혼자서 국제질서를 지탱하는 나라가 되는 외로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한 주최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무거운 부담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세계는 미국과 미국의 리더십을 바라보고 있지만, 미국이 그 모든 것을 도움 없이 혼자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은 없어선 안 된다"며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가 희망이 모스크바의 공격으로 무너지기까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일본 국민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우주선에서 일본이 여러분의 동승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갑판에 올라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우리는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인도·태평양의 미래가 불안정해지고 일본이 자신감을 얻으면서 이제 일본이 미국의 역내 파트너가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가 됐다며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가까워지고 우리의 비전과 접근이 이렇게 일치한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저는 일본의 변치 않는 동맹과 지속되는 우정을 약속한다"며 "우리는 오늘 그리고 앞으로 수년간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 한국, 호주, 인도, 필리핀, 주요 7개국(G7),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유사 입장국과 함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에 대한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기사다 총리는 연설 초반 초등학교 시절인 1963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도착해 뉴욕시에서 생활한 경험을 소개하며 미 의원들의 호감도를 높였다.
그는 또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큰 환호를 받자 자신의 저조한 국내 지지율을 의식한 듯 "일본 국회에서는 이렇게 친절한 박수를 못 받는다"고 말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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