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폐로 원전 재가동'에 2조원 지원…'무탄소·안정적 전원' 재평가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가동중단 3년만에 재개될듯
신규원전 건설하려 했지만…비용 증가에 SMR 상용화 안돼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역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폐로 원전 재가동 사업에 조 바이든 행정부가 2조원의 정책 대출을 지원한다.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다시 각광받자 신규 건설을 추진했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에 직면하자 설계 수명이 남은 원전부터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시간주(州) 남서부에 위치한 팰리세이즈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 원전 소유사인 홀텍 인터내셔널을 상대로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대출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제니퍼 장관은 "원전은 미국 최대의 무탄소 전력 공급원으로 전국적으로 약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1971년 운전을 시작해 80만㎾의 전력을 생산해 온 팰리세이즈 원전은 2017년 폐로 결정이 내려졌고, 이를 인수한 핵연료 관리업체 홀텍 인터내셔널은 2022년 5월 원전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설계 수명은 60년으로 2031년까지 쓸 수 있었지만, 셰일가스 혁명으로 가스발전이 증가하자 기존 운영사 측은 원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둘러 폐로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원전 부활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고 결국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팰리세이즈 원전은 2051년까지 가동된다. 휘트머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팰리세이즈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성공적으로 재가동된 원전이 돼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친환경 에너지의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팰리세이즈 원전은 원자로 내 핵연료만 제거됐을 뿐 주요 설비는 그대로 남아 있다. 통상 원전 폐로는 수십년이 소요된다.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 2025년 중순부터 다시 운전할 계획이라고 이날 홀텍은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 전기 협동조합 두 곳과 전력 판매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은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라미알섬에서 냉각장치 파열로 인한 노심융용 사고가 발생하자 안전성을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그러나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원전을 탄소 배출이 없고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재평가해 신규 건설을 추진했다. 이에 조지아주 보글 원전 3·4호기가 2012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33년 만에 착공 허가를 받아 각각 지난해 8월과 지난 4일부로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보글 이후 미국 내 신규 원전 착공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보글 3·4호기 건설에 11년간 350억달러(약 47조원)가 투입됐을 정도로 원전 건설 비용이 크게 늘어났는데 경쟁 전력원인 가스가격은 하락하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투자자들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안전하면서도 건설 비용이 저렴한 소형모듈원전(SMR)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어디까지나 개발 중인 차세대 기술로, 상용화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SMR이 상용화될 때까지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노후 원전을 되살리는 방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에는 캘리포니아주의 유일한 원전인 디아블로 캐니언이 설계 수명보다 앞당겨 2025년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기존 결정을 뒤집고 2030년까지 전기를 생산하기로 합의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11억달러(약 1조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아 갔다.
홀텍 인터내셔널은 팰리세이즈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 외에도 부지 내 SMR 2기를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SMR 합계 출력은 80만㎾로 2030년대 중반 가동을 목표로 한다. 다만 NRC로부터 허가를 받은 SMR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인 데다 이날 발표된 대출 보증만으론 관련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가동 시기는 이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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