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친이스라엘 단체, 이스라엘 지지않는 후보 낙선 위해 1300억 지출"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정치계에서 가장 입김이 센 로비 단체이자 친(親)이스라엘 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1억 달러(약 133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진보 정치인들에게 공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AIPAC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세 소식통을 인용해 "AIPAC이 2024년 이스라엘을 충분히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목표로 정치 단체 전반에 걸쳐 1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우선적으로 공격 대상이 된 건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케이티 포터 의원이다. 폴리티코는 "포터 의원은 올해 갑자기 미국 최고의 친이스라엘 단체(AIPAC)로부터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광고 공세의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앞서 AIPAC은 지난 2022년 앤디 레빈 전 민주당 하원의원(미시간)을 공격하는 데 약 34만 달러(약 4억5000만 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 대상이 된 포터 의원은 레빈 전 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와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던 한국계 정치인인 데이브 민 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도 비슷한 위험에 처한 것으로 파악된다. AIPAC의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민주주의연합프로젝트(UDP)는 민 의원에 반대하는 광고에 최소 55만 달러(약 7억3000만 원)를 투입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민 의원이 친이스라엘계가 리트머스지로 사용하는 '휴전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낸 적이 없기 때문에 AIPAC이 민 의원을 공격하는 것이 의문스럽다면서도, AIPAC이 민 의원의 경쟁자인 조애나 웨이스 후보에게 지난달 40만 달러(약 5억3000만 원)를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레빈 전 의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후보자는 이런 지출 공세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늪에 빠져 있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보장받은 한 민주당 기부 고문은 폴리티코에 "그들은 돈이 너무 많을 것이고 기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돈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UDP는 지난해에만 약 4100만 달러(약 545억 원)를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2022년 이들이 지출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폴리티코가 캠페인 재정 서류를 분석한 결과 AIPAC은 올해에만 하원과 상원 캠페인에 최소 1900만 달러(약 252억8000만 원)를 지원했다.
최고 수혜자는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 피트 아길라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내 고위급 인물들과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민주·뉴욕), 마이크 맥콜 하원의원(공화·텍사스) 등 이스라엘을 충실하게 지지해 온 이들이다.
민주당 전략가를 지낸 마크 멜먼 이스라엘 민주당 다수당 대표는 "친이스라엘 기부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기부자 고문은 폴리티코에 "이들 기부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며 "특히 투표용지를 살펴볼 때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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