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가자지구 이스라엘 공습 때 미국산 무기 오용여부 조사"

지난해 10월 레바논 백린탄 사용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

가자 지구의 자발리아 난민촌이 이스라엘에 공습당하기 전인 지난해 10월31일(현지시간)의 모습(왼쪽)과 공습 후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 2023.11.02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이스라엘의 공습에 폭탄과 미사일을 오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또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레바논에 사용한 백린탄과 관련해서도 함께 조사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지난해 10월31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125명 이상이 사망한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스라엘은 당시 고층 건물 아래 지하 터널에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관을 목표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조사관들은 해당 공습에 이스라엘이 미국이 제공했을 수 있는 2000파운드(약 907㎏)의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벙커버스터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지거나 땅 속에 있는 벙커 등 방호력이 높은 구조물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폭발력이 큰 폭탄이다.

유엔인권사무소는 해당 공습으로 많은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해당 공습에 어떤 종류의 무기를 사용했는지 언급을 거부하고 있지만, 공습 당시 폭탄이 지하에서 폭발할 수 있도록 시간이 설정된 신관을 사용해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 당시 백린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국제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스라엘이 자국 국경과 가까운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 때 백린탄을 투하해 주택, 자동차가 불에 타고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 때문에 급히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도록 만든 무기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고, 생존하더라도 감염이나 장기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어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백린탄은 연막을 만드는 등 전쟁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민간인을 향해 발사할 경우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어 사용이 제한된다.

다만, 이스라엘 군은 국제법을 준수해 백린탄을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 조사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오용했다는 결론을 내리면 향후 미국의 군사지원 공급을 차단하거나 미국산 무기 사용 제한 조치 등을 권고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사가 즉각적인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조치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WSJ에 "이번 조사는 신속한 대응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도록 의도된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인 피해 사건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향후 이러한 사건의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