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내에서도 '러, 나토 공격 격려' 트럼프 발언 비판론
헤일리 "푸틴 돕는 발언"…크리스티 "트럼프 대통령에 부적합 말해 온 이유"
당 일각선 "나토 회원국 분담금 촉구 위한 것" 두둔도
-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공격하도록 격려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공화당 내부에서 비판론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콘웨이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지난 11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정적을 살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발언"이라며 "폭력배의 편을 들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헤일리 전 대사는 ""우리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러시아의 편을 드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나토 동맹들이 그들의 힘을 발휘하길 원한다. (나토 동맹이) 전쟁을 막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당 경선에서 낙마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같은 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제가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말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그에게 미국은 나토 회원국으로서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방어해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랜드 폴 상원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어리석은 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나토 동맹들의 제대로 된 방위비 분담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였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NYT 및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말을 한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트럼프가 대통령일 땐 아무도 침공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의 방식으로, 사람(동맹)들이 돈을 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나토 회원국들에게 그들의 방위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사람들이 나토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지렛대를 사용했는지에 관해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까지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역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한다"며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엔 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며 "세계에 더 많은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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