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재대결, 미국인들에겐 '역대급 비호감 선거'[딥포커스]

美 국민 70% "리턴 매치에 열광 안한다"
바이든, 낙태·헬스케어 카드…트럼프, 경제·국경 문제 부각

미국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과 민주당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우)의 모습. 2023.11.02/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24년 11월,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대통령 선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뉴햄프셔주(州)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를 거두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가시화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임신중단)권 카드를 꺼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민주성을 공격,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을 상대로 비난 가득한 발언을 쏟아내며 대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54.3%의 득표율로 다시 한번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43.3%)와는 10%포인트(p) 차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65.9%의 득표율을 얻으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시작을 알렸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콩코드에서 뉴햄프셔 주민들이 예비 경선(프라이머리)에 투표하고 있다. 2024.01.2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美 국민 70% "리턴 매치에 열광 안한다"

문제는 두 인물 모두 미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11일 몬머스대학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에 열광한다(Enthusiastic)고 답한 이들은 '매우 그렇다(14%)'와 '다소 그렇다(13%)'를 합쳐도 27%에 불과했다.

'전혀 열광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9%에 달했다.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다(20%)'고 답한 응답자까지 합치면 두 인물의 리턴 매치는 미국민 약 70%에게 외면받는 셈이다.

또 같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49%,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48%로 나타났다.

'두 인물 모두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16%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20년 10월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NBC방송 앵커인 크리스틴 웰커의 진행으로 마지막 TV 토론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대선까지 서로 인기 떨어뜨리는 '비난전' 예상

이처럼 '인기 없는' 두 인물 간 대결은 서로를 향한 비난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앞으로 9개월은 인기 없는 두 인물이 서로를 강력하게 공격하고, 정신적 무능력을 비난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와 바이든 캠페인 모두 상대방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것을 '구원(redemption)'으로 삼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벌써부터 상대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 개표 결과와 관련해 곧장 서로에게 날 세운 발언을 쏟아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제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며 "그리고 내가 이 나라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선택권에서 투표권에서 이르기까지 우리의 민주주의와 개인적 자유에 대한 열망이 이보다 더 높을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과가 무척이나 영광스럽다"며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바이든)과 맞붙기를 학수고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진영을 '비뚤어진 조 바이든과 급진적인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는 등 비난과 조롱을 서슴지 않아 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미자동차노동조합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4.01.24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바이든, 낙태권·헬스케어 카드 꺼내…트럼프 反민주성 공격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를 기정사실화하고 그에 대한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낙태권, 헬스케어, 민주주의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근간인 '블루칼라'(노동자 계층) 포섭에 나선 것.

바이든 캠프 대언론 책임자인 마이클 타일러는 이날 밤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일명 오바마케어)을 폐지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안, 그가 낙태권을 뒤집은 연방 대법원 판사를 임명했다는 점, 1·6 국회의사당 폭동 등 민주주의를 훼손한 점을 기반으로 한 선거 운동을 설명했다.

바이든 캠프 측에서는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캠페인의 최고 보좌관이었던 젠 오말리 딜런과 마이크 도닐론이 선거운동을 지휘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WP는 "민주당 전략가들은 2018년과 2020년 선거운동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광고와 메시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온건파, 혹은 무당파 유권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쿠엔틴 풀크스 바이든 캠프 부국장은 "공화당 예비선거는 트럼프가 자신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줄임말) 기반에서만 단결된 지지를 받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선거 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 출구조사에 따르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온건파·무당파 유권자들의 약 75%가 헤일리 전 대사를, 20%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이머리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2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트럼프, 경제·국경 문제 등 '바이든 실패' 부각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는 지난 4년간 바이든 대통령의 '실패'를 부각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문제와 남부 국경 문제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트럼프 측 여론 조사원으로 활동해 온 짐 맥러플린은 WP에 "이제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문제는 바이든의 실패에 관한 것"이라며 "그것은 국경과 인플레이션이다. 2020년 출구조사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선 묻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은 고통만 줬다'고 답한 응답자는 53%에 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시절 정책이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약 절반가량으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정책으로 고통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바이드노믹스'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30%에 불과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하는 이들도 37%에 그쳤다.

이민 문제는 최근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지난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민(35%)이었다. 이는 지난달보다 7%p 상승한 수치다. 인플레이션(32%), 경제와 일자리(25%)가 뒤를 이었다.

남부 국경 문제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당파성에 상관없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해리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8%는 '불법 입국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조처를 원한다'고 답했고, 64%는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에서 국경 이민 문제가 더욱 악화했다'고 말했다.

WSJ은 "중도 유권자들은 그가 국경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기를 원하는 반면, 좌파 유권자들은 그의 이민 정책이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쳤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남부 국경 정책과 인플레이션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한편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외교·안보·무역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