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11월 美대선, 중국은 트럼프 당선 학수고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올해는 ‘선거의 해’다. 영국의 유명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사상 최초로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선거를 치른다. 70개국 이상에서 대선 또는 총선이 펼쳐지며 지구 인구 절반 이상인 42억 명이 투표할 전망이다. 현재 지구의 인구는 약 80억 명이다.

특히 민주주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미중 패권전쟁의 최전선 대만에서 총통 선거가 각각 실시된다. 올해는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11월 미국 대선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만 총통 선거는 미국의 대중 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지난달 23일 타이베이에서 국민당 선거 유세에 참여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3.12.23/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만약 대만 선거에서 친중적 국민당이 승리한다면 미국이 대중 정책을 펼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집권당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1 야당 국민당은 양안이 하나의 중국이라며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당이 집권하면 양안 간장 완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는 대만을 대중 견제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큰 차질을 의미한다.

대만 총통 선거는 1월 13일 실시되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을 기록하는 등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같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 대만의 총통 선거뿐만 아니라 11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 대선이 펼쳐진다.

우크라이나에서 중동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2차 대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열린 선거 행사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12.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일단 트럼프의 출마 자체가 미국 민주주의 훼손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해 미국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했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출마를 강행, 미국 민주주의 타락을 증명하고 있다.

더욱 가관은 그가 사법부의 부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동정 여론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 불참할 정도로 다른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트럼프의 대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트럼프를 제치고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헤일리는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와 격차를 4%포인트까지 좁혔다. 지난달 21일 발표된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의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여론조사에서 헤일리는 28%, 트럼프는 33%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전국 판세는 트럼프가 아직도 압도적이다. 트럼프는 전국적으로 62.4%의 지지를 얻어 다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1.7%), 헤일리 전 유엔대사(10.8%)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2023.11.8.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미국 대선은 1년 정도 남아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헤일리 바람이 ‘찻잔 속 돌풍’에 그치지 않고 태풍으로 격상될 수 있고, 콜로라도-메인주 대법원에 이어 연방 대법원도 국가 반역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지른 자는 공직에 진출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출마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고립주의 정서에 힘입어 트럼프는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미국의 고립주의 열풍 때문이었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 마당에 미국이 굳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계속 해야 하느냐는 정서에 힘입어 트럼프는 깜짝 당선됐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유럽에도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등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미국 우선’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서구 세계가 분열했었다.

그러나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2연임하는 등 국제정치에 정통한 바이든이 2020년 집권하자 서구 동맹을 복원해 효과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3.12.2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서구 동맹을 한데 묶어 러시아와 중국을 효과적으로 억제, “미국이 미국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국제 외교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바이든은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로 큰 인기가 없다.

특히 왜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에 개입하느냐는 고립주의가 대두되는 등 미국 외교정책에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고립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중동 전쟁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그의 당선은 서구 민주 진영에 재앙이 될 전망이다.

이에 비해 민주주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웃을 것이다.

바이든의 효과적 중국 포위 전략으로 곤경에 빠진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트럼프의 당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장기 소모전에 진입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개입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 등 노골적으로 친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푸틴의 리더십이 가장 부럽다고 말할 정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23.12.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중국 러시아 등 ‘독재의 축’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전면 부정하는 트럼프의 당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올해는 미국 중심 세계 질서가 본격 와해하는 첫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