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없는 탄핵조사는 바이든에 '선물'?…트럼프처럼 기회로 쓴다
AFP "위기 때마다 공화당 탓을 할 빌미 돼"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탄핵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절차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13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통과된 가운데 이 사태가 도리어 바이든 재선에 도움이 되는 선물일 수도 있다고 AFP통신이 분석했다.
14일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통과된 바이든 탄핵조사 결의안에 대해 조지워싱턴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토드 벨트는 "탄핵을 원하는 대통령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것이 정치적으로 의미하는 바로는, 실제로는 조 바이든에게 선물이 건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 조사에 대해 '정치적 연극' '복수심에 불타는 하원이 자신의 대통령 재출마를 막는 것' 등으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탄핵 조사가 통과된 지 몇분 후 백악관은 "하원이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복수의 정치에 집착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은 아들인 헌터가 부통령이었던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와 중국과의 사업에서 이익을 얻었다는 등의 공화당 주장이 '거짓말'이자 '근거 없는 정치적 스턴트(묘기)'라고 일축했다. 심지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최소 5달러의 정치 자금을 모으는 이메일에서 이번 탄핵 조사를 '나쁜 배우들이 연기하는 정치 극장'이라고 묘사하며 이용했다.
공화당은 아직 대통령의 부패 행위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만약 탄핵 조사 후 중대한 이유가 있으면 탄핵안이 발의되고 하원에서 통과될 수도 있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주도하기에 탄핵이 결정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AFP는 그럼에도 공화당이 결의안 통과를 감행한 이유가 이번 조사를 통해 2024년 재선 캠페인을 벌이는 바이든을 공격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하게 될 연방 형사 재판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에도 자신의 혐의를 계속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정부 셧다운 위기가 다시 발생할 때마다 하원이 혼란을 일으켜 이렇게 됐다고 할 확률이 높다. 벨트 교수는 "이런 일(혼란)이 선거 기간 내내 계속된다면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언덕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도 보았던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형사 고발을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하고 자신의 머그샷이 들어간 상품을 판매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바이든의 탄핵 조사 관련해 자신은 "탄핵 전에 조사를 받는 사치를 누려보지도 못했다"면서 "유죄임에도 탄핵 조사만 받는 것이니 바이든은 운이 좋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바이든 측 역시 탄핵 조사를 받는 것의 정치적 위험이 없지 않다. 벨트 교수에 따르면 백악관이 (백악관이 가지는) 행정 특권을 언급하고 증거나 문서를 보류하려고 든다면 바이든이 숨길 것이 있다는 공화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게 된다. 또 조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 발견되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갈 수도 있다고 벨트 교수는 내다보았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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