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번째 생일' 맞은 바이든…늘어가는 초가 안타까운 이유[딥포커스]

여론조사서 젊은층 지지도 급락…민주당 발등에 불똥
론 디샌티스 트럼프도 직격…"프롬프터와 결혼했다"

11월19일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군 기지에서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프렌즈기빙'(Friendsgiving)가 열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로버트 어바인 셰프가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일(현지시간) 81세 생일을 맞음으로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나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 늘어가는 생일 초는 달갑잖고, 전통적으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에도 그의 나이는 위협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모닝컨설트와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7개 경합주 유권자들은 나이를 가장 문제삼을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후보자들 관련해 들은 이야기(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백명의 응답자가 바이든의 나이라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의 나이라고 답한 이는 12명 미만이었다. 대통령 취임일인 2025년 1월에 바이든은 82세, 트럼프는 78세가 된다.

바이든의 고령에 대한 우려는 그의 재임 기간 내내 떠나지 않았다.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에서 졸업생들과 악수한 뒤 무대로 돌아오다가 꽈당 넘어진 것,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다가 계단에서 비틀거린 것,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할 양압기를 사용하는 것이 알려진 점, 일련의 말실수 등이 우려를 불러왔다.

이에 백악관 보좌관들은 에어포스원 탑승 계단을 낮은 것으로 바꾸고, 경호요원들이 손전등 등으로 각별히 신경써 대통령의 길 안내를 하고, 되도록 백악관 기자단과의 기자회견 자리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은 자신의 고령을 농담으로 승화화면서 되도록 이 문제를 가볍게 하는데 주력해왔다. 예를 들어 그는 한 백악관 특파원 만찬에서는 자신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담은 수정헌법 제1조를 믿는다면서 "내 좋은 친구인 지미 매디슨(제4대 미국 대통령)이 썼기 때문은 아니다"고 농담했다. 또 이번 달 초 노조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연단에서 떨어져 행사를 방해하는 큰 소음을 발생시켰을 때 바이든은 "내가 그런 게 아닌 것을 언론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바이든 대통령의 주치의들은 대통령이 발을 헛디디거나 피곤할 때 말을 더듬는 증세들이 나타나는 것이 그가 지적 능력이나 시청각적으로 둔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설 중 바이든의 말실수 중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공공장소에서 안경을 쓰지 않기로 결정해 프롬프터(대사를 적은 판)가 잘 보이지 않았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측은 또한 77세의 트럼프가 의학적으로 비만이고 골프 이외의 운동을 경멸한다는 점을 들어 바이든의 나이와 건강만 문제삼는 것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최근 몇주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어느 도시에 있는지 헷갈려하고, 자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맞붙었다고 잘못 암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곧바로 공화당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공격 포인트가 되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1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트럼프가 프롬프터만 바라보면서 토론에서 보여준 장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직이 80세 노인을 위한 직업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고 상기시키면서 "나는 지금의 트럼프가 2015년과 2016년 무대에 올라 유세했던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그는 이제 프롬프터와 결혼했다. 토론할 의향이 없으며, 2016년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한 같은 것을 내놓고 있다"고 비꼬았다.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머빌에서 열린 유세 중 군중에게 연설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김기성 기자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에 뒤졌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30세 미만 유권자의 인기에서도 급격한 하락을 경험중이다. 이 연령층은 2020년에 26포인트(p) 차로 바이든에 승리를 안겨주었던 이들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인 대니얼 콕스는 "많은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젊은 미국인도 후보 선택지에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가장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참여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정치 참여적인 청년들은 바이든에 대해 훨씬 더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NPR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 하락은 기후 변화와 학자금 부채에 대한 그의 성과와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전적인 지원에 대한 불만을 반영할 수 있다"면서도 결국은 "나이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NPR은 역사상 두번째로 나이가 많고, 현재의 바이든처럼 재임 전과 당시 나이가 주요 이슈였던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치어린 농담을 소개했다. 그는 1984년 자신보다 17세 어린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과 재선에서 맞붙었는데 10월 캔자스시터에서 열린 최종 토론에서 진행자가 '선거운동에서 나이가 문제가 될지' 물었다. 레이건은 "나는 선거운동에서 나이를 문제로 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상대방의 젊음과 미숙함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청중은 물론 상대인 먼데일까지 웃게 만들었다.

그해 11월 레이건은 약 59%의 전국 투표율을 얻으며 50개 주 중 49개 주에서 승리했다. 그도 전체 유권자는 물론 30대 이하 유권자의 표를 많이 받았다. 민주당은 하지만 그후 수십년간 젊은층 사이에서 높은 지지율을 거두었다.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대선 후보들 자체가 공화당보다 20세 이상 어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젊은 유권자들이 전체적으로 민주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특히 성별과 관련된 주요 문제가 있는 경우 더욱 그랬다는 점이다. 만약 젊은층이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 투표에서는 민주당에 충성심을 발휘한다면 80대의 바이든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의미인 것으로 NPR은 분석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