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1년] 바이든 '고령'-트럼프 '사법 리스크'…경합주 민심 주목

내년 대선 영향 줄 변수들 즐비…우크라·이-팔 전쟁에 美내 문화 전쟁도 전망
경합주 판세 현재로선 트럼프 우위…초박빙 접전 양상에 기류 변화 여지 많아

ⓒ News1 DB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2024년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리턴 매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내년 대선까진 적지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력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자 리스크를 갖고 있는 데다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도 상당수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 판세를 좌우할 경합주(州)의 민심도 내년 대선의 핵심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재선 도전' 바이든, 고령 우려·낮은 지지율 극복 과제

바이든 대통령에겐 '고령'에 따른 건강 리스크와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 등이 재선 도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1942년생으로, 오는 20일 생일이 지나면 81세가 된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86세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종종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거나 말실수를 하면서 그의 고령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공화당의 공격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그의 재선 도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로이터통신·입소스의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77%가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도 고민거리다.

2일(현지시간) 선거분석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17일째인 이날 기준 국정수행 지지율은 39.3%('지지하지 않는다' 54.1%)였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7%로 역대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같은 시점 역대 대통령들(대통령직 승계로 임기가 짧았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제외)과 비교해 보면 지미 카터(33.0%) 전 대통령에 이어 2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트럼프 전 대통령(40.1%)보다 낮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를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2023.10.18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경제정책에 대한 저조한 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등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 성과를 부각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퀴니피액대가 지난달 26~30일(현지시간) 등록유권자 16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2.4%포인트(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지율은 40%에 그쳤다.

퀴니피액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해 7월20일 조사에서 29%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 7월14일(41%) 조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30%대에 머물렀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에 대한 대응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년8개월이 지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에 따른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상당한 상태다. 이를 염두에 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충돌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딜레마가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이스라엘의 반격이 시작된 이후 수십년 간 지속된 가자지구의 참상과 인도적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랍계 미국인의 바이든 지지율은 17.4%에 그쳤다. 지난 대선이 열렸던 2020년 당시 동일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59%였던 것을 고려하면 무려 40%p 이상 하락한 결과다.

여기에 이란 등의 참전으로 확전돼 국제 유가가 들썩이는 등 미국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악영향으로 다가올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겐 상당한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재판에 출석한 모습. 2023.10.04/ ⓒ 로이터=뉴스1 ⓒ News1 문혜원 기자

◇ '3번째 도전' 트럼프, 사법리스크가 최대 우려 요인

3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대권 가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최대 요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미국 역대 전·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형사기소됐다.

이어 지난 6월 기밀문건 유출 혐의, 8월엔 1·6 미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대한 혐의, 조지아주 투표 결과를 뒤집으려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각각 기소돼 모두 4차례 형사기소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미국 역대 전·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체포절차를 밟으면서 피의자의 얼굴을 담는 '머그샷'을 찍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는 당내 경선에서 공화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본선에선 중도층 및 무당층으로의 확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CNN은 "적어도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법적 고난은 여론조사 지지율과 기금 모금을 증가시킬 뿐이지만,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일 경우 내년에 잇따른 불리한 법원 판결은 비판적 중도층 및 교외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일정이 내년 대선 레이스의 주요 일정과 맞물리는 만큼 재판에 따른 시간과 자금 소요가 선거 캠페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77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고령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늙은 게 아니라 무능력한 게 문제"라고 비아냥됐었지만, 최근 방문한 곳의 지명을 헷갈리거나 과거 기억에 착오를 일으키는 등 실언이 잇따르면서 논란을 피해가진 못하는 모습이다.

낙태 이슈에 대한 대응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낙태 권리에 대한 논쟁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기대했던 공화당에 예상 외의 부진을 안겨준 핵심 이슈였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상당수 지역에선 낙태를 금지 또는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선택권 보호를 강조하며 여성 표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28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지역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날 사립초교 커버넌트 스쿨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학생 3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사망했다. 2023.03.28.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국경·총기규제·성소수자 등 문화전쟁 전망…경합주 민심 핵심 변수

이와 함께 내년 대선에선 이민 및 국경 보안, 마약, 총기규제, 교육, LGBTQ(성소수자) 등 사회 이슈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넘게 미 정치권을 조망해 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최근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이 서로 다른 문화적 이상과 신념, 철학을 가진 집단간 갈등을 의미하는 '문화 전쟁(culture war)'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선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경합주의 민심도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적으로는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개주를 경합주로 분류한다. 미 정치권에선 이를 더 좁혀 네바다와 애리조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5개주만 경합주로 보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승리했을 당시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당의 아성이었던 경합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1%p 미만의 격차로 승리했던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

반대로 2020년 선거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이 3개 주를 모두 탈환했을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도 1%p 미만의 격차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재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를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달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3%)을 4%p차로 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7곳 중 네바다 한 곳에서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은 주(州)별로 할당된, 모두 538명인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 싸움이다. 선거 때 표심이 바뀌기도 하는 경합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들은 지지 정당이 뚜렷하기 때문에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이 없다.

다만, 아직 선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두 사람이 초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각종 이슈와 변수에 따라 흐름이 뒤바뀔 수 있어 끝까지 지켜봐야 된다는 관측이 중론이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