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9000여명 국경에 몰려"…미국, 이민자 급증 현상과 씨름 중

'42호 정책' 폐지 후 이민자 줄었다 다시 급증
"바이든 정책 이민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 보내"

20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중남미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 국경지대로 향하는 화물 열차의 지붕에 올라 이동을 하고 있다. 2023.9.21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최근 미국 남부 국경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 수가 급증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인 이른바 '타이틀 42'(42호 정책) 종료 이후 잠시 감소한 불법 이민자 적발 수가 다시 급증하면서 억제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부가 이민자 급증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망명 신청을 한 이민자들이 즉시 추방되지 않고 심사 일정이 아직 안 정해진 채 일단 미국으로 입국이 허용되면서 이들을 따라하려는 이민자들이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미국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남부 국경에 수천 명에 이민자들이 몰렸다.

미국 국경수비대는 지난 20일 기준 이달에만 불법 이민자 약 14만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9000여명의 이민자들이 몰렸고 지난 18일에는 8000명이 넘는 인원이 국경을 찾았다.

미국과 멕시코의 자연 경계인 리오그란데강을 넘어 들어온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1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엘패소의 국경 지역에 줄을 늘어서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미 국토안보부는 전날 국경지역에 주방위군 병력 800명을 추가로 파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이곳에는 이미 2500여명이 배치됐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국경 지역에서는 이미 이민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몰려 수용시설도 과포화 상태이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자원도 바닥나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42호 정책을 폐지하면서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하는 대신 합법적인 입국 기회를 늘리되 불법 입국자를 엄벌하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을 수정했다.

미국 정부 앱을 사용해 합법적으로 이민 신청을 하고 후원자가 있거나 미국에서 가정을 꾸릴 친족이 있는 경우에만 이민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될 경우 망명 자격을 박탈하고 향후 5년간 미국 입국을 금지하며 형사처벌을 가능케 하는 처벌 조항도 있다.

이에 따라 42호 정책 폐기 초기에는 불법 입국 적발 수가 크게 줄었다. 지난 6월에는 9만9500여명의불법 이민자가 적발됐는데 이난 전달 대비 42% 감소한 수치였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7월에는 13만2000명으로 급증했고 지난달에는 약 18만2000명 수준으로 6월 대비 거의 2배나 올랐다.

11일 (현지시간) 미국의 42호 정책 종료로 텍사스주 엘패소에 있는 중남미 이민자 임시 보호소에서 중남미 이민자들이 입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이민자들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민 브로커들이 퍼뜨리는 허위 정보, 각국의 열악한 경제 상황과 권위주의적 정권, 기후 위기 등이 이민 행렬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이든의 이민 정책이 이민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는 일반적으로 정부 앱으로 이민을 신청하는 입국자의 경우 사법적 청구가 법원에 계류되는 동안 미국 내에 머물며 일할 수 있어왔다고 짚었다.

특히 이민 확정판결이 수년씩 걸리는 상황에서 이들이 중간에 추방되는 일은 없었고 이런 사례들이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성공 신화'로 일컬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런 이민 신청을 관리·감독할 인력과 자원도 부족해 당초 정부 구상대로 정책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앤드류 셀리 이민정책연구소 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현명한 전략을 세웠지만 이를 실행할 자원이나 능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시행해온 엄격한 이민자 추방 정책인 '타이틀 42' 폐지를 하루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국경 너머로 몰려든 이민자들이 보인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형사처벌과 강제추방을 무릅쓰고서라도 여전히 불법 입국을 시도하려는 이민자들도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경을 맞댄 멕시코 티후아나 곳곳에 있는 이민자 수용소는 이미 포화 상태이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티후아나에서 가족과 머물던 베네수엘라 이민자 오스카 수아레스(27)는 로이터에 "우리와 함께 멕시코에서 온 다른 사람들도 불법으로 국경을 건넜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며 "우리는 돈도 바닥났고 먹을 것도 없어서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열차에 올라 탔다 떨어져 숨지는 끔찍한 사고도 잇따랐다. 이에 멕시코 철도회사 페로맥스는 멕시코 접경지에서 화물 철도 운행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달 약 8만2000명이 파나마와 콜로비아와의 국경 지대인 '다리엔 갭' 정글을 넘어 파나마에 입국했으며 연말까지 약 50만명이 이곳을 넘을 전망이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