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위장 중국 간첩, 미군 기지에 100회 이상 접근"-WSJ
미 국방부, 영문침입 사례 조사…"무단접근 민간인 대부분 혐의 없어"
내부 관계자들 "심각한 안보 위협"…"비행장·우주센터 침입해 사진촬영"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관광객으로 위장한 중국인 간첩들이 최근 몇 년간 미군 기지에 100회 이상 접근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은 군 기지 내 영문이 이른바 '게이트 크래셔'(gate-crasher)라고 불리는 무단 침입자들에 의해 뚫린 사례들을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검토했다.
수 고프 국방부 대변인은 2018년부터 여러 차례 유관 기관과 합동으로 기지 영문 보안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영문 1400곳이 대상이었다. 고프 대변인은 "보안 검색대를 빠르게 통과해 기지에 무단 접근한 민간인이 종종 있었다"며 "매일 1만명가량이 돌려 보내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은 길을 잃은 운전자들로 별다른 사고 없이 되돌아가지만 이 중 일부는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했다"고 전했다. 또한 조사 결과 "기지 보호 태세를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로 경범죄 수준이며 지금까지 간첩 행위로 밝혀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들은 WSJ에 미국 안보를 위협할 만한 심각한 영문 침입 사건도 적지 않았으며 침입자 상당수는 중국 국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최근 몇년간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에 위치한 정보본부 인근에서 스스로 관광객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이 사진을 찍는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했고 이중 1명은 시설에 침입해 기소됐다고 한다.
2020년에는 중국인 3명이 키웨스트의 해군 비행장에 침입해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으며 케네디 우주센터가 있는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해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중국인이 발각됐다.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관광객으로 위장한 중국인이 지정된 견학 구역을 벗어나 경내 경호원 위치를 기록하다 비밀경호국 요원에 발각돼 쫓겨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에 있는 포트 웨인라이트 육군 기지에 중국인들이 무단으로 침입한 사례다. 이들은 관광객 행세를 하며 기지 내 호텔에 방을 잡아뒀다고 주장했고 이 과정에서 초병의 몸을 밀치고 영내로 들어서려 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중국인들은 마치 각본을 짠 듯 초병과 마주치면 자신을 관광객이라고 하며 길을 잃었다고 토로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계자들은 이처럼 군 기지나 보안시설에 침입한 이들 대다수가 잠시 구금된 뒤 곧바로 추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 소속 연구원이자 전직 미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이었던 에밀리 하딩은 "중국은 정보 수집을 위해 여러 사람을 보낼 용의가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이들 몇 명을 붙잡더라도 무단 침입죄 이상의 혐의를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제이슨 크로우 미 하원의원은 영문 무단 침입 관련 법률이 연방법이 아닌 주법을 따르기 때문에 법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로우 의원은 "지역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해 (장병들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갖춰나가야 한다"며 이 문제는 연방의회 차원에서 입법을 검토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과 미 국토안보부, FBI는 WSJ의 사실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국방부도 고프 대변인의 설명 외에는 추가 답변을 생략했다. 다만 당국은 중국이 미군 군사시설의 보안 수준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경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류펑유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이러한 주장은 순전히 악의적인 조작"이라며 "미 관리들이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양국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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