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목소리 도용' 논란 끝?…구글, 음반사와 '딥페이크' 저작권 협상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구글이 최근 유니버설뮤직 등 글로벌 음반사와 '딥페이크 음악'을 두고 저작권 사용료 지불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티스트의 멜로디와 목소리를 생성형 AI로 추출해 새로운 곡으로 재탄생시키는 딥페이크 음악이 합법화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안에 정통한 4명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구글이 AI를 활용해 합법적으로 음원 트랙을 제작하고 저작권 소유자에게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과 협상에 들어갔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카인클 워너뮤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프레임워크(체계)가 구축된다면 팬들은 AI로 만든 사용자 중심 콘텐츠로 아이돌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낼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생성 여부에 대해 "아티스트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딥페이크 음악은 현재 음반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팬들이 생성형 AI 기술로 장르를 넘나들며 마구잡이로 딥페이크 음악을 만든 뒤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게재해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다.

지난 4월에는 캐나다의 유명 래퍼 드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의 컬래버곡이 생성형 AI로 합성한 가짜로 판명되면서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등 음원 플랫폼에서 나흘 만에 삭제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드레이크가 소속된 유니버설뮤직은 이들 음원 플랫폼에 서한을 보내 생성형 AI가 저작권 있는 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무단 추출하는 행위를 기술적으로 막아달라고 항의했다. 드레이크 본인도 자신의 목소리를 모방해 저스틴비버, 카디비의 곡을 모창하는 딥페이크가 이어지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번이 마지막 빨대"라며 불쾌한 심정을 표출했다.

제프리 할스턴 유니버설뮤직 법률고문은 지난달 미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AI 관련 청문회에서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이들의 생계와 대중적 인격에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이라며 "수단이 무엇이든 이를 도용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이 음반사와 손을 잡고 딥페이크 음악에도 로열티를 지불하는 틀을 구축하게 되면 아티스트의 수익 창출 구조가 다각화되기 때문에 AI 합성에 대한 업계의 거부감도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 가수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라임스는 이번 주 와이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만든 딥페이크 음악을 거론하며 "꽤 괜찮은 곡도 몇개 있다"며 "새 앨범과 너무 비슷해서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영원히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라임스는 이전에도 신곡 수익의 절반을 지불할 경우 딥페이크 창작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거 음반업계는 저작권 침해 문제로 유튜브와 수년간 법적 다툼을 벌였지만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현재 유튜브 영상 속 백그라운드뮤직(BGM)은 연간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음원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글도 이번 협상을 통해 딥페이크 음악의 법적 문제가 해결될 경우 생성형 AI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음반사와의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구글이 음악 생성에 특화된 AI 신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구글은 AI를 기반으로 한 음악 소프트웨어를 학술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 해당 논문에는 '경쾌한 아케이드 게임' '기타 리프가 뒷받침하는 차분한 바이올린 멜로디' 등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명령어로 입력하면 이에 걸맞은 음악이 완성되는 기술이 소개됐다.

당시 구글은 해당 소프트웨어를 상업적으로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지난 5월 구글은 텍스트 기반 자동 작곡 AI 모델 'MusicLM'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MusicLM은 딥페이크 음악처럼 특정 아티스트의 창법을 재현할 수 없도록 제한됐다. 그러나 구글이 전문 아티스트와 협업해 MusicLM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향후 새로운 제품 출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