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드론 역량 강화에 박차…"보안상" 中부품 사용 금지

로이터, 내부문건·소식통 인용해 보도…인도군, 입찰 기업에 부품 명단 요구
업계 "중국산 배제 시 제작 비용 급상승"…정부 예산 지원으로 국산화 나서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인도 정부가 구매 계약을 체결한 미국 MQ-9 리퍼 드론과 같은 기종이 2009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비행장에 대기 중인 모습. 2009.12.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군사 장비를 현대화하는 인도가 보안상의 이유로 지난 3월 군용 무인기(드론)에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내부 문건 및 소식통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군사·안보 지도자들은 드론의 통신, 카메라, 운영 소프트웨어 등이 중국산 부품으로 채워질 경우 자국 군사 보안에 구멍이 뚫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인도군은 지난 2월과 3월 두차례 있었던 정찰드론 입찰 협상에서 입찰 기업들에 '인도와 국경을 마주한 국가'에서 생산한 장비와 부품은 보안상의 이유로 일체 허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인접국'이란 표현은 중국을 완곡히 지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의록에는 인도군이 입찰 기업들을 상대로 드론 부품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 대목도 적혀 있었다. 인도군은 중국산 부품이 자국 군사 정보를 훼손해 이러한 요구는 불가피하다고 부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20년 이후 중국 접경지역에서 잦아진 군사적 충돌을 계기로 드론 역량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빈 방미를 마친 모디 총리는 30억달러(약 4조원)를 들여 미국산 MQ-9 리퍼 드론 30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2023~2024년 군 장비 현대화 예산으로 1조6000억루피(약 25조원)를 책정했으며 이중 75%는 자국 방산업체 몫으로 할당했다.

그러나 인도의 드론 제조 역량은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부품과 소프트웨어 모두 외국 업체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에 인도 드론 업계에선 중국산 부품 금지 조치가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도 벵갈루루에서 군에 소형 드론을 납품하는 뉴스페이스 리서치앤테크놀로지는 자사 제품의 70%가 중국산이다. 설립자 사미르 조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 업체 관계자와 이야기해 봐도 그들도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다"며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할 경우 비용이 급격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인도가 국내 제조업을 육성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 부담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산 부품을 인도산으로 대체하면 비용이 50%가량 올라간다"고 진단했다.

인도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올해 국방부 연구개발 예산으로 배정된 2326억루피(약 3조6000억원) 중 4분의 1로 민간 업체를 지원하겠다고 지난 2월 밝혔다. 그럼에도 민간 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 정부 산하 마노하르 파리카르 국방연구소 소속 드론 전문가인 알 케이 나랑은 방산업계 특성상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실제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대형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술 격차를 메우려면 일관된 국가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