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中 갈륨 수출 제한, 옐런 방중 앞두고 협상용인 듯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갈륨, 게르마늄 등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3.7.4/뉴스1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중국이 첨단 제품에 들어가는 갈륨, 게르마늄 등 금속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을 추진하자 한국을 비롯,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이 이 같은 금속의 수출을 제한할 경우, 다른 국가가 대체 수입처를 찾으면서 중국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만 하락하는 역효과를 낼 뿐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8월 1일부터 갈륨 제품 8개와 게르마늄 제품 6개에 대한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점이 미묘하다. 옐런 장관의 방중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옐런 장관은 6일부터 9일까지 중국을 방문, 미중 긴장 완화에 나설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2023.6.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도 보복할 수단이 있음을 만천하에 공표하려는 듯 일부 금속의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대미 보복을 할 명분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는 협상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중국의 조치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일부 광물질에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 다른 나라들이 수입선 다변화를 추구, 중국의 시장 점유율만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기사 - 블룸버그 갈무리

실제 중국은 한 때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으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역효과만 발생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분쟁지역인 조어도에서 중국어선과 일본 해안경비대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자 대일 희토류 수출 금지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수입선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바꿨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후 호주와 미국의 생산량이 급증했다. 이는 결국 중국의 전세계 희토류 시장 점유율을 떨어트리는 역효과만 냈다. 2010년 98%였던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2022년 78%를 기록하고 있다.

갈륨이나 게르마늄도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상품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자연 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 광물질이다. 다른 금속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형성된다. 게르마늄은 아연의 부산물로 형성된다. 갈륨은 보크사이트와 아연 가공의 부산물이다.

이를 추출하는 것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선진국이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것은 이 산업이 대표적인 공해산업이기 때문이다.

희토류도 마찬가지다. 선진기술이 아니라 공해산업이어서 선진국이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에서 발굴돼 가공 대기 중인 희토류 원석. 희토류는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 2차전지 등에 쓰이는 자원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선진국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이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없다. 단기간으로는 각국이 피해를 입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얼마든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대중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각국이 오히려 대중 의존도를 줄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실제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제한을 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8월 1일부터 이같은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행에 약 한 달의 여유를 둔 것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 등 서방에 실제로 충격을 주는 것을 원했다면 전격적으로 수출제한 조치를 시행했을 터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중국을 방문하는 옐런 장관에게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