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사일 위협 증가에…美 아·태지역 자산 분산 배치 추진-WSJ

기존 대규모 군사 거점에 의존하는 방식은 위험성 커
필리핀, 호주 등에 소규모 거점 마련…유사시 신속히 대응 가능

지난 3월31일(현지시간) 필리핀군과 미군이 연례 합동 훈련인 살락닙(Salaknib)에서 서로 장비를 점검 중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대규모 군 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소규모 전초기지에 무기나 병력 등을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 이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중국이 단일 군사 시설을 무력화하여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토마스 슈가트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지난 몇 년 동안 놀라운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 로켓군의 고정 기지에 대한 위협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표적에 사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1300여기를 보유 중이며, 이 중 250여기는 중국 본토에서 약 3000마일(약 4800km) 떨어진 괌의 주요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중국이 미사일 방어체계로 타격하기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을 통해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분쟁 초기 미국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오키나와 섬에 있는 미군 가데나 공군 기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려에 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은 지난 5월 미군이 아시아에 더 강력한 항공기 대피소를 건설할 것을 촉구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미 공군 지도부는 새로운 대피소 건설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특히 분쟁이 임박한 경우 항공기를 대규모 기지에서 여러 소규모 시설오 이동시키는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일환으로 미 공군은 필요할 시 외딴 섬의 활주로와 같은 장소를 군용 항공기 임시 기지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소규모 인력 팀인 '항공 기동팀'을 구성하고 있다. 항공 기동팀은 이러한 장소에 투입돼 활주로를 신속히 준비하고 급유소와 같은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임무를 맡는다.

아시아 지역 인근에 소규모 기지가 많아지면 미군은 필요한 곳 인근에 병력과 무기를 배치할 수 있어 대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이 군사력을 분산하는 전략이 미군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소규모 기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합의 과정도 복잡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미군이 필리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은 공격적인 군사 행동에 사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통제 센터와의 통신을 비롯해 군대가 분산되면서 물류 및 작전 문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B-1B 모습. (미 태평양공군 제공)2022.10.23/뉴스1

그럼에도 미군 관계자들은 병력을 일부 지역에 집중시킴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존 클라인 미 공군원정센터 소장은 "생존을 위해 병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태지역의 주요 미군시설은 드론은 물론 탄도·순항미사일 방어가 가능한 패트리엇 포대 등 미사일 방어체계와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정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군 관계자들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 역량이 강화되면서 기지 방어 임무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중국군의 핵심 목표가 미국이나 다른 경쟁국 군대가 중국 주변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로 알려진 전략에 따라 중국은 미군이 대만 주변과 같이 분쟁에서 싸우기 위해 가야 할 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미군을 제거함으로써 공격을 시작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미군은 중국의 A2/AD 전략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 해병대는 소규모 병력을 서태평양 섬 안팎에 투입해 탐지되지 않고 공격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부대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은 군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망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미군이 필리핀 내 루손섬 북부 카가얀주 카밀로 오시아스 해군기지, 랄로 공항, 카가얀주와 인접한 이사벨라주에 있는 멜초르 델라 크루즈 훈련장 그리고 남중국해 팔라완주에 있는 발라바크섬을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외에도 이미 미국은 필리핀 내 5곳의 부지에 군 자산과 인력을 배치할 수 있다. 9개의 기지 모두 필리핀 주권 하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주요 시설이 될 수는 없지만 일부 기지에는 활주로와 탄약 저장소, 지휘통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미국은 또한 호주 북부에 비행장을 공동 개발하는 등 호주에도 더 많은 군사 자산을 배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괌 인근의 미국령 티니언 섬 비행장은 군용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개조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와도 최근 국방협력협정을 맺어 이 지역의 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