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침공시 美 TSMC 파괴' 주장에 CFR "불필요하고 역효과만"

"美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中 저항 의지 꺾을 뿐"

세계 최대 반도체칩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만 TSMC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데이비드 색스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CFR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사람들은 미국이 대중 억지에 실패할 경우 중국이 대만 반도체 산업을 차지할 것을 막기 위해 대만 반도체 제조 시설을 파괴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는 양안 역학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과장하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만 경제의 중심을 파괴하는 정책은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중국의 침략에 저항하려는 대만인들의 의지를 꺾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대만은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68%를 점유하며, 미국은 대만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10년 13%로 3분의 1 가까이 줄어들었다. 미국으로서는 대만의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 합병해 이 반도체 시설을 장악할 경우 미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을 중단하고, 반도체를 바탕으로 군사 현대화를 가속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색스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열도록 장려했고, 지난해 의회는 반도체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일부 분석가들은 이러한 조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만의 반도체 제조 시설은 중국의 손에 넘어가기에는 너무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미국 정치인들은 TSMC를 폭파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 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3월 "중국이 만약 대만 침공에 성공하면 중국이 세계적 반도체 회사 TSMC의 공장을 확보하기 전에 미국이 이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TSMC 폭파' 전략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캐터펄트 작전에 비유했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의 패전이 가시화하자 독일이 프랑스 함정을 뺏을 것을 우려해 프랑스에 함정을 자침시킬 것을 요구했다.

세스 몰튼(민주·매사추세츠) 미 하원의원도 지난 2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 측이 TSMC를 파괴할 것임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색스 연구원은 "이러한 분석은 반도체의 중요성을 크게 과장한 것"이라며 "대만을 통제하려는 중국의 욕망은 반도체가 떠오르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제조 시설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동맹국 기술 및 장비에 대한 지속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은 이러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으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며 "물리적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