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디폴트가면 뉴욕증시, 반토막…부채 상한 협상 5가지 시나리오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의회가 미국의 부채 한도를 높여 디폴트(채무불이행)을 방지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실제로 디폴트가 일어나거나 이 우려가 계속된다면 세계 시장은 불안정해지고 경제가 파탄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백악관과 민주당, 공화당의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를 깰 다섯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양당이 합의에 이르는 것, 한쪽 당이 독자적으로 증액안을 통과시키는 것, 유예법안을 통과시키는 것, 백악관의 백금 동전 주조나 수정헌법 14조의 이용, 원치 않는 결과지만 실제로 디폴트가 일어나는 것 다섯 가지다.
◇ 백악관과 민주당, 공화당의 합의
첫째는 바이든 대통령과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전제 조건 없이 정부의 차입 권한을 늘리는 법안의 통과를 원한다. 이것이 통과되면 미 증시를 부양하고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것이지만 국회의원들은 아마도 1~2년 안에 부채 한도 법안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는 2024년 대통령 선거 전에 또 한 번 백악관과 민주당 대 공화당의 대치 상황이 올 것을 의미한다.
공화당이 원하는 지출 삭감이 포함된 증액안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최근 공화당은 하원에서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어떤 연방 프로그램의 지출을 삭감할 것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이를 둘러싼 양당의 치열한 싸움이 있을 텐데 조기 합의라면 괜찮지만 마지막 순간에야 합의되는 것은 시장에 피해를 미칠 수밖에 없다.
◇ 민주당의 독자적 한도 증액안 통과
두번째는 의회에서 조용히 한도 증액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디스차지 퍼티션'(discharge petition)을 이용해서다. 이는 법안이나 결의안의 추가 검토에서 위원회를 퇴출시키고 위원회의 보고서 없이 법안을 검토할 수 있는 의회절차다. 단 이는 218명 의원들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민주당 하원의원인 마크 드서니에(캘리포니아) 의원은 지난 1월 이미 이와 관련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하원서 민주당 의원은 213명이다. 공화당의 부채한도 법안을 찬성하지 않았던 의원들도 있으나 이들은 극우 성향의 4명이라 민주당에 힘을 보탤 가능성은 없어 이를 통과시킬 머릿수가 부족한 것이다.
◇ 시간만 좀 더 벌자…유예 법안 통과
의원들과 백악관이 협상할 시간을 더 주기 위해 부채 한도를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일시적으로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 유예 기간은 9월말까지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부채 한도 마감일을 예산 제출 통과 마감일과 일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되어야 하기에 제대로 안될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또한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단기적으로 유예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2년 동안 지속될 부채 한도 증가를 원한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경제가 침체된 상태에서 협상이 장기화했다가는 양당 모두 욕을 먹는 데다가 6월보다 9월이 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원들은 알고 있기에 유예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 백악관의 독자 행동 2가지…백금 동전 주조 등
바이든 행정부가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조폐국에 1조 달러 가치의 백금 동전과 같은 것을 만들도록 명령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백악관은 연방준비제도(Fed)에 동전을 예치하고 그 돈을 정부의 청구서를 지불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사기와 같은 술책이라고 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런 전략이 '모자에서 나오는 토끼'(사기 의미)라고 의회에서 말했다. 또 1조 달러 규모 동전이 유포되면 화폐 가치는 또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정헌법 14조를 인용해 행정부에 계속 돈을 빌리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14조 4항에는 "미국의 공공부채의 타당성(합법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문제삼을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필요해서 발행하는 것이니 공공 부채를 문제삼지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항을 이용하는 것이 법적인 논쟁에 휘말릴 것이라고 본다. 의회는 대통령 행정부가 발행한 부채가 불법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법원이 이를 심의하는 동안 혼란을 겪게 된다.
◇ 누구도 원치 않는 미국 디폴트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의회가 행동에 나서지 않고, 백악관이 일방적으로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청구서를 지불할 충분한 돈이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이에 따라 정부의 임무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에 디폴트가 일어날 것이다. 미 정부 역사상 이런 사례는 없었다.
만약 이 사태가 되면 정부는 연방 서비스를 중단하고 안전망 관련 프로그램(연금 등 의미)을 연기 또는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정부가 고령층 사회보장 혜택을 중단하고 반면 미 부채를 보유한 외국 정부에 돈 지급을 승인하면 정치 사회적으로 큰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신용을 강등할 것이며 이자율도 치솟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채무 불이행 후 몇 시간 이내에 증시가 5~7% 하락, 수조 달러의 가치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근로자들을 해고할 것이며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는 경제를 거의 확실히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보았다.
이 상태는 역으로 의회가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압박이 되고, 경기 침체로 인해 지출삭감 없는 한도 증액의 명분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당간 합의로 부채한도가 증액되고 증시가 다시 안정되더라도 결국 이 과정에서의 투자자의 손실과 미국의 위신 추락은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디폴트에 따른 경제적 피해와 관련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3일 △벼랑 끝 전술 △단기 디폴트 △장기 디폴트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 경제 여파를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디폴트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는 벼랑 끝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고 일자리 20만 개는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는 0.3%p 하락할 수 있다. 단기 디폴트의 경우에는 약 50만 개의 일자리를 상실하고 실업률은 0.3%p 상승하게 된다.
백악관 이코노미스트들은 디폴트가 장기화되면 83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GDP는 6.1%p 하락하며 주식 시장은 거의 반토막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상황에서 실업률은 5%p 급등이 예상됐다. 백악관 측은 장기화된 디폴트 시나리오는 3개월간의 긴 교착상태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