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 동맹 성과 증명하겠다"…WP "IRA·반도체 등 과제 산적"(상보)
"우크라 지원, 타국과의 관계 고려할 수밖에 없어"
"100년 전 역사 때문에 日에 사과 강요할 수 없어"
- 정윤영 기자,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김예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앞두고 외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오는 26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의 의의 그리고 지정학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 방식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계를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자 무엇보다도 가치에 기반을 둔 동맹'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양국 국민들이 한미 동맹의 역사적 의의와 그 성과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할 경우 한국이 '인도적 또는 재정적 지원에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는 불법적인 침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적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는 수위는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90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100년 전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에게 사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겪었지만, 전쟁 중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며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은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설득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문제가 너무 시급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을 미룰 수 없다고 말하며 일부 비평가들은 자신의 결정을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8일 지난 2018년 10~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에서 일본 전범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에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총 15명(생존자는 3명)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판결금(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최종안'을 발표했다.
지급할 판결금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지만, 정작 일본 기업들은 관련 과정에서 빠지게 됐다.
WP는 이 결정을 두고 "그는 한국 국민의 60%가 그의 제안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치적 자본을 쏟아부었다"며 "그리고 지난달 한국 지도자로서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를 과시했다. 그는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WP는 윤 대통령의 과거를 조명하며 '8전 9기' 정신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한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윤 대통령은 9번의 시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며 "그의 친구들은 그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을 해나가기 위해 자신의 타임라인에 맞춰 행진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고시 공부를 함께한 절친인 이철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그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가 얼마나 결단력 있었는지 기억한다"고 평가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이러한 정신을 검사 생활에서도 이어 나갔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파동에 휘말렸다. 당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맞섰다가 한직으로 쫓겨났다.
윤 대통령은 "이런 기관들이 선거에 조금이라도 개입해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다시 그 자리에 있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P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첫해 북한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재개했고, 중국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협력했으며, 수년간의 적대 관계 끝에 일본과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고 주목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경제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함에 따라 한미일 안보 협정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이 한국 제조업체에 미칠 영향, 그리고 한국 내부적으로 자체 핵무장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등 한미 관계에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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