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위대 죽이고 러에 드론 파는 이란과 협상 불가'…핵합의 복원 교착
로버트 말리 미 이란 특사 언론 브리핑…대이란 압박 시작
"외교 실패하면 다른 수단 사용할 준비…유럽 동맹들과 조율해 결정" 경고도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이란 정부의 시위대 탄압과 대러시아 드론 판매 의혹으로 미국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거부(turn focus away)하는 입장이라고 14일(현지시간) 로버트 말리 미 이란 특사를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말리 특사는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때가 되면 외교를 재개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둘 것이지만, 현재로선 제재와 압박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제재 해제가 시급한 이란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해 핵합의 복원 협상 타결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위대 탄압으로 인한 인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저지를 '협상 카드'로 제시, 압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탈퇴한 이란 핵합의(2015) 복원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지난해 4월 시작됐지만 올해 9월 이후 교착 상태다. 서방이 원하는 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이며, 이란이 원하는 건 신속한 경제제재 해제이지만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올해 9월 중순 테헤란에서 발생한 '공권력에 의한 히잡 미착용 여성 상해치사' 의혹으로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확산하자 이란 정부가 시위대 일부에게 사형까지 선고하는 등 강경 진압 수위가 '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10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밀접한 기관에서 제작한 드론이 사용되고 실제로 이란군이 현장에서 러시아군을 도운 정황이 확인되면서 미국은 '강력한 가용 수단을 통한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말리 특사는 "만약 핵합의 복원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란의 입장과 (9월) 이후 일어난 모든 일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관심은 교착된 협정이 아니라, 지금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민중 시위와 그에 대한 정권의 잔혹한 탄압, 이란의 대러 무장드론 판매…그리고 미국인 인질 석방 문제"라고 부연했다.
다만 이란이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이 언제까지 핵합의 복원 협상을 방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60% 농축우라늄과 가스 형태의 육불화우라늄을 55.6kg(올해 5월 30일 평가 기준)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작은 핵폭탄 하나를 만들고도 남는 양이다.
게다가 지난 10일 이란은 아미랄리 하지자데 IRGC 항공부대 사령관의 공식 발표를 통해 "모든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해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핵 탑재가 가능한 최신 무기로,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북한 정도로 알려져 있다.
말리 특사는 현 상황을 얼마나 방치할 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핵합의 복원)가 실패하면 미국은 다른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말리 특사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새 문턱을 넘는 주도권을 잡는다면 분명 대응은 달라질 것이고 유럽 동맹들과 조율해 정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새로운 공식을 찾을 마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말리 특사는 파리 시간으로 15일 프랑스, 독일, 영국 외무장관들과 회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JCPOA 당사국에는 미국과 이란 외에도,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있다.
우리정부도 JCPOA 복원 협상을 주시 중인데, 합의 결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복원에 따라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석유 대금 잔액이 국내 은행 2곳에 동결돼 있다.
sab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