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국 자극 않으려 펠로시 회피…예의 바른 결정"-中 관영지

"韓, 예의 바르고 국익 고려한 결정 내려…회담 가졌다면 망신 당했을 것"
日 아사히신문도 "尹, 中 눈치 본 듯"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8.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자극시킴으로써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분석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예의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4일 중국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민감한 시기에 펠로시 의장을 맞이하는 것은 중국을 자극시킬 위험이 있었다면서 이 까닭에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회피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펠로시 의장이 도착한 3일 밤 윤 대통령은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한 이후 배우들과 저녁식사를 했다면서 추후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40분간의 통화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의 '어색한' 만남을 피한 것은 대만 방문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펠로시 의장을 맞이하는 어떠한 국가도 중국의 반감을 살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뤼차오 랴오닝 사회과학원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대만을 방문해 역내 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펠로시 의장이 만일 윤 대통령과 회담을 했을 경우 대만을 언급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이 경우 한국 정부는 매우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뤼차오는 이어 "현 시점에서 한국은 중국을 화나게 하거나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김진표 국회의장을 펠로시 의장과 만나도록 하게한 것은 예의 바르게 보이면서도 국익을 고려한 조치"라고 짚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 역시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주대 김흥규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과거 정권이었으면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방한할 경우 대통령 또는 외교장관이 회담을 원했겠지만, 현 정권은 펠로시 의장을 만남으로써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로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가까이 하는 것은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한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하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역내 정세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만일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과 만났을 경우 그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이른바 '칩4(미국·한국·일본·대만)'에 우리나라의 참여를 압박했을 것이라고 글로벌타임스는 지적했다.

익명의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고 중국은 한국의 이웃이자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면서 "'양국 관계를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해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는 윤 정권의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아사히 신문 역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북한을 막아주는 '방패'이기도 하다"면서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하는 중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펠로시 의장 등 미 의회 대표단은 중국의 거듭된 반발에도 2일 밤 대만을 방문했다. 이에 중국은 펠로시를 "응징할 것"이라면서 이날부터 대만 포위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과 약 40분간 전화 회담을 갖고 양국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 의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들어 오고 있다. (공동취재) 2022.8.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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