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두려운 이유 밝혀졌다

영장류 두뇌세포, 뱀에 대한 시각 반응 가장 높도록 진화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 News1

</figure>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의 뇌에서 뱀의 위협에 빠르게 반응하는 세포를 발견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고 AF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실린 이 보고서는 영장류가 밀림지역에서 뱀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시각 능력을 진화시켰다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린 이스벨 캘리포니아대 인류학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뱀이 영장류의 진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특정한 뉴런(신경세포)들은 뱀의 이미지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며 이들 뉴런은 사람의 얼굴이나 손, 기하학적인 모양을 인식하는 뉴런보다 앞서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연구진은 "뱀은 가장 강력하고 가장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일본 국립 원숭이농원의 어린 짧은 꼬리 원숭이 두 마리를 통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이들 원숭이가 실험 전에 뱀을 만나본 적이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원숭이의 뇌 부위 중 시각정보 처리를 관장하는 시상침에 미소전극(세포 내의 전위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전극)을 심었다.

이후 원숭이에게 컴퓨터 화면을 통해 뱀을 포함해 위협적인 원숭이의 얼굴, 원숭이의 손, 별, 사각형 등의 컬러 이미지를 보여줬다.

뱀 화면은 얼굴이나 손, 다른 모양보다 뇌로 하여금 급격히 두려움을 느끼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들 이미지 중에 하나를 보여줬을 때 100개가량의 뉴런이 위급 신호를 보냈으며 이중 40% 정도는 뱀의 이미지에 가장 크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는 2위인 얼굴(29%)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과학자들은 영장류가 어수선한 배경 속에서도 뱀을 잘 찾아내는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결과는 왜 그런지에 대한 새로운 답을 제시했다.

이스벨 교수는 "시각은 영장류를 다른 포유류와 구분 짓게 하는 기능으로 뇌 구조의 많은 부분이 시각을 형성하는데 사용된다"며 "뱀은 영장류의 기원을 알아내는데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에 쓴 자신의 저서 '과일, 나무 그리고 뱀 : 우리는 왜 좋은 시력을 가졌는가'를 가리키며 "(당시에는) 간접적인 증거들을 조합했다"며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실제로 실험을 통해 뒷받침됐다는 것에 진심으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스벨 교수는 두 마리의 원숭이를 통한 이번 연구 다음에는 보다 인류의 뇌에 가까운 상위 영장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잔 미네카 노스웨스턴대 심리학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매우 매력적이고 정말 중요한 작업"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미네카 교수는 "원숭이들이 이전에 뱀을 만난 적이 없는지에 대해 연구진이 확신하지 못하는 점은 연구의 잠재적인 약점"이라며 "보고서에 원숭이들이 뱀에게 보인 반응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담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종류의 원숭이들은 뱀에 대한 내재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거나 아주 쉽게 공포심을 갖게 된다"며 "이런 점에서 볼 때 뱀에 대한 경험 유무는 이번 보고서에서 아주 큰 궁금증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find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