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DP 한국에 밀린 日 "잃어버린 30년은 정치에 무지한 30년" 탄식
日 1인당 GDP 약 4917만원…세계 22위
"선진국인 척하며 다른 나라 지원할 때 아니다" 고개 드는 배타주의
- 권진영 기자,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권영미 기자 = 일본의 2023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2위로, 21위를 기록한 한국에 추월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현지에서 한탄과 씁쓸한 자조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3일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2023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3만3849달러(약 4917만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3만 4112달러에서 다소 감소한 수치인데, 엔저와 고령화가 성장력과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까마귀'라는 닉네임의 한 누리꾼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GDP 한국에도 졌대. 일본 정부는 이렇게 되고 싶었던 걸까"라고 반문하며 "옛날 사람들은 일본이 더 위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제 이길 수 있는 게 없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선진국인 척하면서 다른 나라 지원해 줄 때가 아니다. 그 전에 우리나라가 없어진다"는 위기감을 내비쳤다.
'가자~'라는 사용자는 "중국은 국가 GDP로는 2위, 한국은 1인당 GDP로 일본을 앞서고 인건비도 높다. 이제 일본인의 상대는 베트남인 정도 아닐까"라며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일본인은 너무 가난하다고 말하는 것을 몇 번이나 들었다"고 조소했다.
경제적 상황이 악화한 배경을 정치권과 정치에 무지했던 스스로에게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관련 뉴스를 전한 ANN의 영상 밑에는 "잃어버린 30년은 정치에 무지한 30년"이라는 짤막한 댓글이 달렸다. '잃어버린 30년'이란 1990년부터 2020년대까지 현재진행 중인 경제침체기를 일컫는다. 거품경제가 꺼지며 금융기관 줄도산, 제조업 부진 등 문제가 연달아 터졌다.
그런가 하면 실질 임금은 30년 동안 정체됐고 떨어지는 엔화 가치는 수입품 가격을 올려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소비세는 올라갔다. "재무성이랑 자공(자민·공명 연립여당)은 반사회 단체냐"라는 비난이 날아드는 이유다.
자민당의 장기 1당 독주의 폐해를 지적하는 댓글은 이것 말고도 다수 달렸다. '네이블 히로시'라는 한 누리꾼은 "일본이 이렇게 된 것은 국장해 버린 그 사람 탓"이라며 아베노믹스를 추진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화살을 돌렸다.
통화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을 세 개의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는 대규모 양적 완화만을 남기고 실패한 정책으로 돌아갔다. 시장에 풀려나온 돈은 물가 인상과 임금 상승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 30년간 일본이 내부에 쌓인 고질병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남겼다. 그는 "103만엔의 소득세의 벽·50만엔 연금의 벽·1000만엔 인보이스의 벽 등 30년이나 방치한 자·공이 나빴다"며 "외국에서는 매년 벽이 개정되고 코로나로 소비세도 줄었다. (순위가) 떨어져 마땅하다"고 적었다.
즉 △일본의 소득세 부과 기준선이 너무 낮다는 점 △노인의 한달 소득이 50만엔 이상이면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점 △연간 매출이 1000만엔 이하의 소규모 사업자도 인보이스 제도에 등록하면 지금까지 면제된 소비세를 새로 부담해야 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뒤처졌다는 현상만이 아니라 답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문제의 본질은 1위였던 게 22위가 됐다는 구조"라며 앞으로 어떻게 상황을 타개할지 궁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최근 소득세가 부과되는 기준선을 기존 103만엔(약 940만 원)에서 123만엔(약 11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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