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명운' 달린 日총선 D-10…자민 단독 과반 쉽지 않다①
쇄신감 앞세워 총리된 이시바…예상 밑도는 지지율로 리더십 '흔들'
당내서 "단독 과반 위태" 쓴소리…공명과 233석 넘게 얻어야 정권 유지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총선의 얼굴"이 될 "쇄신감 있는 총재"
지난달 자민당 총재선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당선된 이유다.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당세가 기운 상황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그는 '규칙을 지키는 자민당'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실제로 당선된 후에는 역대 최단기간에 중의원 해산을 선언해 선거판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출범 후 첫 내각 지지율(NHK기준)은 44%. 전임 기시다 내각 출범 당시와 비교해 지지율은 5%포인트(p) 낮고 비지지율은 32%로 8%p 높았다. 쇄신감 없는 그래프에 이시바 총리 본인도 "정권 출범 시기 치고는 높지 않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자민당 정권에서 누적된 '정치와 돈'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이 깔린 절제된 반응이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투·개표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열흘. 그간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된 의원 중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34명은 비례대표 중복공천을 막았지만, 결과적으로 비공천보다 공천이 많다고 비판받았다.
싸늘한 여론에 당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이번에는 단독 과반 확보가 위태롭지 않을까. 20여석 정도는 간단히 없어진다"고 위기감을 내비쳤다. 2012년, 정권 탈환에 성공한 후로 4번 연속 단독 과반을 놓친 적 없는 자민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독 과반 기록이 깨질 경우 당을 이끄는 이시바 총리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 정권이 단명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1158만5708명의 유권자가 참여한다. 이시바호의 목표는 공명당과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총 465석 중 233석보다 많이 따내야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 중의원 해산 전까지 차지하고 있던 258석에서 공천이 배제된 의원을 빼고 공명당이 보유한 의석을 합치면 총 279석이다. 47석 이상 뺏기면 여당 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에 맞서는 야권 측 기세는 맹렬하다. 정권 탈환을 노리는 입헌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달성하겠다며 "정권 교체야말로 최대의 정치개혁이다" "수장을 바꿔도 자민당은 바뀌지 않는다"고 연일 자민당의 윤리적 약점을 찌르고 있다. 하지만 15일까지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선거구는 53구에 불과한 상황. 99개 선거구에서는 3~4개 당으로 표가 쪼개지게 됐다. 여야가 1대1로 맞붙는 선거구는 전체 289곳 중 36곳에 그친다.
이목이 집중되는 선거구는 44곳이다. 자민당에서 공천받지 못한 이들이 출마하는 곳이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될 경우, 자민당 공식 후보로 추후 인정할 수 있다는 '복당'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자금 문제의 심판대'가 된 셈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12~13일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투표 시 자민당의 뒷돈 스캔들을 "고려하겠다"고 답했을 정도로 정치자금 문제와 정치 개혁은 선거의 주요 쟁점 이슈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시작된 15일, 입헌민주당은 첫 당수 발언에서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와 부패를 지적하는 데 전체 연설 분량의 89%를 할애했다. 노다 요시히코 당대표는 "뒷돈 의원을 뒤에서 밀어주고, 뒷조직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반(反)자민당 지지층 포섭에 박차를 가했다.
반면 자민당의 이시바 총리는 당내 정치자금 문제를 언급하며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없도록 깊은 반성을 토대로 선거에 임하겠다"는 말로 유세를 시작했다. 단 곧바로 이번 선거는 "일본 창생을 위한 선거"라고 규정짓고 정당 어필(44%)과 경제 대책(33%)을 중점적으로 호소하며 재해지 복구에 대한 적극성을 강조했다.
연립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대표는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고 정치자금 규정법 개정을 이끌어왔다는 실적"을 내세우며 "잃어버린 정치 신뢰를 어떤 정당이 회복할지가 쟁점이다"라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쿄신문은 사설을 통해 "가장 큰 쟁점은 자민당 파벌 뒷돈 사건으로 상징되는 '정치와 돈' 문제"라며 "국민 신뢰 회복에 대한 결의를 판별하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니치는 "제2차 아베신조 정권 이후는 '자민 1강' 상태의 폐해로 국회 토론이 저조해졌다. 기시다 후미오 전 정권에 대한 검증뿐만 아니라 2012년 이후 아베 노선에 대한 평가도 받게될 것"이라며 "자민당의 얼굴만 바꾼 유사 정권 교체로 위기에 대처할 것인가, 아니면 여야당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것인가의 선택"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15일 기준 NHK가 조사한 정당별 지지율에서는 자민당이 35.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입헌민주당 8.4% △일본유신회 3.0% △공명당 3.7% △공산당 2.5% △국민민주당 1.6% △레이와신선조 1.4% △사민당 0.5% △참정당 0.6% 순이었다. 무당파층은 자민당에 필적하는 34.4%로 집계됐으며 "모르겠다" 및 무응답은 7.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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