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서 최악은 피해…강경 보수 다카이치, 2위로 낙마
결선 후 울먹이며 "아베 국장 2주년 되는 날…좋은 보고 못드려 죄송"
아베파 의원 "결선서 의원 표 예상보다 훨씬 적어"…이시바 이탈표 지적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27일, 한·일 관계에 '비둘기파' 성향을 가진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67)이 당선됐다. 일각에서는 '포스트 아베'라 불리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63)의 낙마에 은근한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는 27일, 결선 종료 후 "아베 전 총리의 묘 앞에 보고할 것인지" 묻는 말에 "오늘이 아베 (전) 총리 국장으로부터 2년째 되는 날이다. 먼저 좋은 보고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말하는 중간중간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을 앙다물거나 말을 멈추기도 했다.
다카이치는 이날 실시된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결선에서 21표 차이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역전패했다. 1차 투표까지만 해도 181표 대 154표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국회의원 표의 입김이 센 결선에서 21표 차이로 쓴맛을 봤다.
그는 당내에서도 '보수우파'로 분류된다. 요미우리는 이런 그의 정치이념이 당내에서조차 "너무 오른쪽에 치우쳤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9명 중 총리가 된 후에도 극우의 성지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 밝힌 유일한 후보자였다.
다카이치는 매년 일본이 패전한 8월 15일이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다. 지난 9일 총재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 온 장소로 국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013년에는 조선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에 "침략이라는 문언을 넣은 것은 잘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내각 방침에 반하는 발언이 당에서 나오는 것은 삼가겠다"고 물러서기도 했다.
2010년에는 자신의 누리집에 조선인 노동자 강제 징용에 대해 "'강제 연행'이라는 사실은 없고 '같은 일본 국민으로서의 전시 징용'이라 불러야 한다"는 말을 적은 흔적이 남아 있다.
다카이치는 2022년 한국 윤석열 정권 출범 시에도 "한국의 새 정권에 바라는 것"이라는 글을 통해 위안부 합의 및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청구권 판결, 독도 소유권 등에 대해 딴지를 걸었다. 특히 독도에 대해서는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했으며 주한국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서도 "국제의례상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런 강경한 언동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요미우리는 "다카이치의 '우파' 색이 강한 언동에 외교에서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며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개선한 한일 관계가 손상돼 한미일 연계에 틈이 벌어지면 러시아·중국·북한의 불온한 움직임에 유효하게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다카이치를 적극 지지하는 세력에 브레이크로 작용했다"고 논평했다.
결선투표 후 구 아베파 소속 중견 간부는 "결선 의원 표가 예상보다 훨씬 적었다"며 승패를 예상한 표에서는 210표까지도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고 토로했다. 일부가 이시바 쪽으로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한편 한일 관계 인식이 다카이치에 비해 온건하다고 알려진 이시바는 한국과 관련해서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에서) 납득을 얻을 때까지 서로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2020년 인터뷰에서는 "남북분단의 뿌리는 일본에 의한 조선 병합이었다. 지금 세대에게도 그 책임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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