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쓴소리' 이시바, 5수 끝에 자민당 사령탑 등극…日차기 총리(종합)

결선서 1차 선두였던 다카이치 꺾어…의원, 시·도당 표 모두 우위
뒷돈 스캔들로 곤경 처한 자민당 총선서 '쇄신감' 우선해 이시바 선택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당선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재가 인사하고 있다. 2024.09.27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후임을 정하는 2024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67)이 5번의 도전 끝에 27일 당선됐다.

NHK에 따르면 이시바는 이날 당 본부에서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국회의원 189표, 도도부현련 26표 총 215표를 획득해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을 21표 차이로 눌렀다.

미스터 쓴소리, 뒷돈 스캔들 자민당에 "겸허" 강조

NHK가 27일 보도한 2024 자민당 총재선거의 결선 투표 결과표 갈무리. 왼쪽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은 국회의원 173표와 도도부현련 21표를 합쳐 총 194표를 얻었으며, 오른쪽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국회의원 189표와 도도부현련 26표를 얻어 총 215표를 획득했다. (출처 : NHK) 2024.09.27/

그는 앞서 실시된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에 27표로 뒤졌으나 국회의원 표 확보가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결선에서 역전했다.

당 파벌 내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당세가 곤경에 처한 가운데 "다음 총선의 얼굴로 쇄신감 있는 총재"를 원하는 목소리가 영향을 줬다고 요미우리신문은 논평했다. 이시바는 지금까지 "여당 내 야당" "미스터 쓴소리" 등으로 불려 온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보수 색채가 짙은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그간 기시다 정권이 개선해 온 한·일 관계가 손상돼 한미일 연계에 금이 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시바는 당선 발표 후 "겸허한 자민당"을 강조했다. 그는 감사 인사와 함께 "국민을 믿고, 용기와 진심을 가지고 진실을 말해, 일본을 한 번 더 모두가 웃는 얼굴로 지낼 수 있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보에 강한 이시바의 주요 정책

이번 선거에서 이시바가 내세웠던 슬로건은 "일본의 미래를 지켜내겠다"였다. 농림수산상과 방위상, 국무상 등을 거친 그는 '안보 오타쿠'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안보 정책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아시아판 NATO'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시바는 방위 증세에 찬성하지만 사용 방법과 관련해 무기 구입 외에도 자위관 육성을 위해 쓰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다카이치와 고이즈미가 찬성했던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이 끼리끼리 뭉쳐선 논의하고 있어 개헌 분위기가 고조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줄이고 이들에게도 단계적으로 사회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종 연설에서 "룰을 지키는 자민당"을 역설한 만큼, 뒷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에 대해서는 "새 정부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으며, 연내 중의원 조기 해산 및 총선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에서) 납득을 얻을 때까지 서로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2021년에는 "대만은 (일본이) 병합하지 않았다. 조선은 독립국이었고, 그를 병합한 것은 어떤 일이었는지…국제법적으로 (조선 합병은) 합법이었다"고 말해 병합의 강제성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였다. 단 2020년 인터뷰에서는 "남북분단의 뿌리는 일본에 의한 조선병합이었다. 지금 세대에게도 그 책임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1992년 북한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초선 성적 최하위가 당의 수장이 되기까지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이시바는 세습 정치인이다. 아버지 이시바 지로는 돗토리현(県) 지사, 참의원, 자치상 등을 역임했다. 정계 입문에는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영향이 컸다. 다나카 파벌의 사무소에서 잡무를 하며 정치가 "발품을 파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1986년, 29세의 나이로 중의원 선거에서 5만 6534표로 초선 당선됐지만 성적은 최하위였다. 이후 12선, 총 38년의 정치 경력을 쌓았다. 2015년에는 자신의 계파인 '수월회'를 만들었으나 2021년 소속 의원이 줄어 사실상 해산하고 그룹으로만 활동을 이어왔다.

총재직에는 2008·2012년·2018년·2020년·2024년 총 5번 도전해 4번의 고배 끝에 수장 자리에 올랐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겨뤘던 2012년에는 결선투표까지 진출했다가 낙마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그는 독서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시바의 집무실에는 책이 산맥처럼 쌓여 있고, 입버릇처럼 "총리가 된 후에 '공부를 못했다'고 해도 소용없다"고 말해왔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 밖에도 철도 오타쿠(철도광)라는 별명이 있으며 과거 인기 아이돌 그룹 '캔디즈'의 팬이었다. 요리 중에서는 카레를 잘 만들고, 라멘 문화진흥을 목표하는 의원연맹의 회장으로 맡아 활동 중이다.

이시바는 이날 오후 6시 당선 기념 기자회견을 연다. 기시다 총리의 후임으로 정식 임명되는 것은 임시국회가 열리는 내달 1일이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