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헬렌' 덮친 플로리다 "대피 안 해? 몸에 이름 써"

나중에 시신 식별 용이하게 위해 마커로 이름 쓸 것 요청
나무 뿌리째 날려버릴 강도인 4등급 해당

26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헬렌이 지나간 후 사람들이 쿠바 아바나의 말레콘 해변에서 파도를 즐기고 있다. 헬렌은 플로리다 해안에 상륙하는 동안 4등급으로 강화됐다. 2024.09.26.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매우 위험한' 허리케인임을 의미하는 '4등급' 강력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했다고 AF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허리케인은 가장 약한 1등급에서 가장 강한 5등급으로 나뉘는데 이번 허리케인 헬렌은 4등급으로,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버릴 위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 당국은 대피하려 하지 않는 주민들은 나중에 익사했을 때 시신을 식별하기 좋게 몸에 마커로 이름을 쓰라고 극약 처방을 내렸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헬렌은 이날 미국에 상륙하며 4등급으로 등급이 올랐다. 태풍의 눈은 현지 시간 오후 11시 10분께 페리 마을 근처에 상륙했다. NHC는 소셜미디어에 "플로리다 빅 벤드 해안을 따라 있는 모든 사람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폭풍 해일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NHC 이사인 마이크 브레넌은 "지상 15~20피트(약 6m) 높이의 폭풍 해일 침수를 예상한다. 이는 2층 건물 꼭대기까지 물이 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플로리다 해안선의 해당 지역들에는 정말 살아남기 힘든(unsurvivable)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폭풍에 동반된 파도가 주택을 무너뜨리고 차도 떠밀려가게 할 것이며 수위가 매우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렌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멕시코만 폭풍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나간 자리에 큰 피해를 남겼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전을 겪고, 도로도 침수되었다. 탬파와 탤러해시의 공항들은 폐쇄되었고, 세인트 피터즈버그, 탬파 도심, 새러소타, 트레저아일랜드 및 플로리다 서해안의 다른 도시들은 이미 침수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대피 경고에 유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헬렌의 경로나 그 근방에 있는 모든 사람은 공무원의 말을 듣고 대피 경고를 따를 것을 촉구한다"면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안전에 유의하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주 테일러 카운티의 당국은 의무 대피 경고에 따르지 않는 주민들에게 사망 시 신원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영구 마커로 몸에 이름을 써두라고 요청했다. 대부분의 주민은 경고에 따라 피신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집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리커트라는 58세 남성은 아내와 손주 5명과 함께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웅크리고 견딜 것"이라면서 2018년 5등급 허리케인인 마이클 때도 집에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 기상청은 이 지역이 1세기 이상 본 적이 없는 홍수로 매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5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허리케인 헬렌으로 인해 기상 경보나 경고를 받았다고 AFP는 전했다.

허리케인 4등급은 풍속이 210㎞~249㎞에 이르며 일반 주택을 심하게 파괴하거나 무너뜨리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려버릴 수 있다. 5등급은 250㎞ 이상으로 지상에 서 있는 나무를 모두 쓰러뜨리고, 일반 주택과 작은 건물까지 뒤엎어 버리며 다리도 무너뜨리는 위력을 갖고 있다.

헬렌은 최근 1년 내 미국을 강타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 될 것으로 보이며 직경이 약 500마일(약 805㎞)에 달해 (1년 내) 가장 큰 허리케인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헬렌의 급격한 강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AFP는 전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