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4년만 태평양 ICBM 시험발사…"핵 미보유국에 사용 안해"

"일상적 군사 훈련…핵무기 선재 사용 안한다는 정책 준수"
미 타격 가능한 둥펑-41로 추정…오커스 등 견제 의도인 듯

중국 국방부 SNS 계정인 '중국군호'는 25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을 26일 공개했다. (사진출처=중국군호) ⓒ News1 정은지 특파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이 44년 만에 태평양 해역으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일상적 군사 훈련"이라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나 지역에 이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조직한 것은 무기 및 장비의 성능과 부대 훈련 수준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상적 군사 훈련 활동으로 완전히 합법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방부는 전일 오전 8시 44분 훈련용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1발을 태평양 공해로 발사해 정해진 지역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발사 성공 사실만 발표했을 뿐 미사일 발사 지역, 재원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중국이 지난 2019년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선보인 핵무기 둥펑-41호 또는 새로운 차세대 ICBM으로 추정하고 있다.

둥펑-41호는 사거리가 최대 1만2000~1만5000km에 달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그동안 ICBM 등 미사일 발사 관련 실험을 자국 영해나 사막 지역에서 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이 태평양에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공개한 것은 지난 1980년 5월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장샤오강 대변인은 "중국의 핵 사용 정책은 높은 안정성, 지속성, 예측성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항상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준수하고 핵 방어 전략을 확고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비 경쟁을 하지 않고 핵무기가 없는 국가 또는 핵무기가 없는 지역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약속한다"며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자체 핵 역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방부는 ICBM 발사 다음 날인 이날 오전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사일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중국의 노탐(NOTAM·항공 전산정보 체계)을 인용한 분석가들은 미사일의 궤적이 1980년 발사 때와 비슷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미사일은 솔로몬 제도, 나우루, 키리바시, 투발루, 서사모아, 피지, 그리고 현재의 바누아투가 형성한 고리 모양의 중앙에 떨어졌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이번 ICBM 발사 훈련을 두고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핵무기 전문가인 앤킷 판다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이 시험을 일상적이고 매년 실시한다고 설명한 것은 이상해 보인다"며 "그들은 이런 종류의 일을 일상적으로나 매년 실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방문 연구원인 드류 톰슨도 X에 "타이밍이 모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발사가 어떤 국가도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중국과 일본, 필리핀 사이에는 긴장 수준이 높고, 물론 대만과도 끊임없는 긴장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 리 연구원은 "이번 발사는 모든 사람을 위협하려는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최근 부패로 얼룩졌던 로켓군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