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을 넘어 핏줄에 이끌려 고향을 찾아온 동포들 [역사&오늘]

9월 13일, 조총련계 재일동포 모국방문단 첫 입국

버스 이동을 대기 중인 조총련 모국방문단. (출처: 국가기록원, 사진(1975), Copyrights ⓒ National archives all rights reserved)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75년 9월 13일, 조총련계 재일동포 모국방문단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는 역사적인 순간이 대한민국 땅에서 펼쳐졌다. 오랜 기간 고국을 떠나 살아온 이들이 한반도 품에 안기는 순간은 감격과 벅찬 감동으로 가득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학살 등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재일동포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가족과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다. 특히 조총련계 동포들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남한 방문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고국 방문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이루어낸 값진 성과였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약 700명의 방문단은 가족들과의 상봉에 눈물을 글썽이며 기쁨을 나눴다. 오랜 세월 동안 꿈꿔왔던 고향 땅을 밟은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방문단은 선산을 참배하고 친척들을 만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이 추진됐다.

한국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생이별한 이산가족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남북한 간의 큰 화두였다. 조총련 고국 방문 사업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노력으로 시작됐다. 남북한 분단으로 인해 단절되었던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조총련계 재일동포 모국방문단의 첫 입국은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민족 화합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민족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남북 간 대립 속에서 동포들의 화합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해외동포들의 정체성 회복과 민족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조총련 재일동포 고국 방문 사업은 남북 관계가 비교적 원만했던 시기에는 활발하게 이루어져 방문자 수가 많았다. 현재 남북 관계 경색으로 인해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전체적인 방문자 수는 감소했을 것으로 보이나, 방문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