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냐 비주류냐'…日자민 총재선, 아소vs스가의 킹메이커 대리전

기시다 정권 '3두 정치' 깨지고 아소·스가 중심으로 세력 갈라져
아소, 모테기에 거리두며 고노 물밑 지원·스가는 고이즈미 공식 지지

2024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의 킹메이커로 불리는 아소 다로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2024.09.09/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연임을 포기하고 파벌을 해체함에 따라 당내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후임을 뽑는 총재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류파에서는 아소 다로 부총재가, 비주류파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킹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까지 당 총재선거(총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12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이 중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여론조사 결과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2위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의 격차는 5%에 불과해 유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사람 외에 입후보한 거물급 인사로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있다.

독보적인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당과 언론의 이목은 두 킹 메이커에게 집중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로 아소파를 제외한 파벌들이 대거 해체 수순을 밟고 있어 정세 읽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당내에서는 "큰 덩어리를 만들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스가 씨와 아소 씨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주류파의 대표 격인 아소 부총재는 55명의 의원을 이끌고 있다. 그는 현 정권에서 기시다 총리·모테기 간사장과 '3두 정치'의 한 축을 맡았다. 기시다 총리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로는 파벌 내 고노 디지털상을 물밑 지지하고 있는데, 사실상 3두 정치 주축들의 연대가 깨진 셈이다.

아소 부총재와 모테기 간사장은 사석에서 총선이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을 고려해 "어떤 일이 있어도 연계하자"는 뜻을 확인했지만, 불투명한 분위기가 감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반면 스가 전 총리는 무파벌이자 비세습·흙수저 출신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당내에서는 무파벌 중견·청년 의원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일명 '스가 그룹'이라 불리는 지지 세력에는 하기우다 고이치(아베파) 전 정조회장·가토 전 관방장관·다케다 료타 중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두 킹메이커 중 먼저 마음을 확실히 정한 쪽은 스가 전 총리다. 그는 8일 같은 지역구 출신의 무파벌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가두 연설에서 고이즈미와 나란히 선 그는 "일본의 조타수를 맡기고 싶다"고 힘을 실었다.

한편 12일 최종 입후보자 발표까지 남은 사흘 동안에도 자민당의 출마 러쉬는 계속된다. 9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담당상 이후에는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의 출마 기자회견이 연달아 잡혀 있다.

물밑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당원들의 표심은 누구를 향할지, 일반 유권자들이 참여한 여론조사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