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세계적 원전 강국의 첫걸음을 떼다 [역사&오늘]

8월 20일, 원자력 발전소 고리 1호기 송전 시작

부산 기장군 해안가의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2024.5.7/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77년 8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고리 1호기'에서 시험 송전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원자력 에너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줬고,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을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원자력 시대를 개막했다.

고리 1호기 준공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는 1971년 11월에 착공되어 1977년에 완공됐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가압형 경수로이며 시설용량은 58만 7000㎾였다. 이 원전의 건설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21번째로 원자력 발전을 보유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준공식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의 도전에서 이룩한 기념탑"이라고 강조하며 원자력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꾸준히 원자력 기술을 발전시켜 원자력 발전소 설계, 기기 제작, 건설, 운영 등 원자력 산업 전반에 걸쳐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며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이 됐다. 특히 'APR1400'이라는 자체 개발 원전 모델을 통해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 APR1400은 안전성, 경제성, 건설성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리 1호기는 2017년 6월 19일 영구 정지되며 3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설 노후화로 인해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한국 원자력 에너지 역사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경제 성장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안전성 논란과 폐기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오늘날에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맞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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