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브리핑] 유인vs무인 전쟁은 시작됐다…도로 위의 택시에서

중국 무인 자율주행 택시 급속성장…"싸고 좋은데 왜 안타요"
택시 기사는 '밥그릇 빼앗는다' 불만…교틍 체증 유발 지적도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운행 중인 바이두의 무인 자율주행택시 뤄보콰이파오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내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누군가에게는 두 발이 되어주고, 누군가에게는 밥벌이가 되는 택시 산업이다.

인구 약 1300만명의 중국 내륙 도시 우한에선 올 초부터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호출 서비스 '뤄보콰이파오(아폴로고)'가 24시간 서비스 중이다. 중국에서도 '자율주행 핵심' 도시로 평가받는다.

이와 관련 바이두 창업자인 리옌훙은 뤄보콰이파오가 우한 지역에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난 6월까지 1년 반 동안 우한 자율주행 택시 산업을 이끄는 뤄보콰이파오 탑승 건수는 무려 158만건에 달한다. 지난 한 해 탑승 건수가 73만2000건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지난해 수준의 탑승 건수를 기록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뤄보콰이처는 우한 전체 택시 수송 시장 점유율의 약 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차량 이용의 편리함, 시장 진입 초기 경쟁력 있는 가격 등이 최근 인기 요인으로 거론된다.

로보택시 탑승 경험자들 사이에선 "기사 눈치를 보지 않고도 차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원하는 음악이나 영상을 보면서 이동할 수 있다", "7.1km를 이동하는데 단 5위안 정도면 된다", "생각보다 승차감이 괜찮다" 등의 긍정적 반응이 줄을 이었다.

우한을 비롯해 중국 각지에서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 운행 등을 통해 영향력이 확산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로보택시가 풀뿌리 계층의 직업을 앗아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중국 온라인에는 '뤄보콰이파오'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등장했다. 약 1000대의 뤄보콰이파오 차량이 우한 대부분 지역에서 운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적지 않은 택시 및 왕웨처(網約車, 인터넷예약차량)이 승객을 빼앗겼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나중에 바이두 측은 운행 중인 차량이 약 400대 수준이라고 반박했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우한의 택시 기사들이 로보택시 등장으로 인해 운송 당국에 해당 서비스 사용 제한을 요구하는 항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보택시의 안전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다. 최근 우한에서는 로보택시가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한역 인근에서 차량들로 정체를 빚고 있다.

실제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로보택시를 크게 경계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지난 5일 우한에서 만난 왕웨처 기사 왕 씨는 뤄보콰이처를 언급하는 기자의 질문에 작심한 듯 "초반에 이벤트를 할 때 공짜로 한번 타봤는데, 그 차는 한번 체험용으로 1km 이내 지역에서만 타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택시가 교통체증을 일으켜 주변 차량에 피해를 준다"며 "뤄보콰이처는 앞에 탑차나 트럭이 있어도 그 차만 따라가지만 일반 택시의 경우 차선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본인의 차량 앞에 주행하던 트럭을 바로 추월하기도 했다. 왕 씨에 따르면 과거 뤄보콰이파오는 우한 기차역 인근에서도 운행했지만, 많은 사람이 신고하면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택시에 대한 법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경찰이 출동도 못 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냥 배상한다고 하더라"며 "자주 사고 나는 이유가 아마도 시스템이 불안정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단점을 늘어놓았다.

또 다른 택시 허 씨도 "최근에 탑승객을 태운 로보택시가 양쯔강에 빠졌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운을 띄우며 "어떤 때에는 로보택시가 길거리에 그냥 서는 경우도 있어 일반 차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허 씨는 도로에는 행인, 자동차, 오토바이 등 법을 준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로보택시의 등장으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하며 "외곽 지역에서 로보택시 운행이 가능할지 몰라도 우한 같은 대도시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도 유인과 무인 택시 사이의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로보택시가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언급하며 "우한의 많은 택시 운전자는 무인 차량이 기존 택시를 점차 대체할 것이라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무인 택시가 상대적으로 낮은 운영 비용과 안정적 서비스 성능으로 인해 전통 택시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이는 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