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로 해외 물건 사려면 30% 돈 더 내야…실질실효환율 사상 최저

엔화 가치가 장중 달러당 34년 만에 160엔대를 넘어선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4.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엔화 가치가 장중 달러당 34년 만에 160엔대를 넘어선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4.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수년간의 엔화 약세와 디플레이션에 따른 엔화 구매력 약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전 세계 64개 국가 및 지역 통화 구매력을 비교하는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발표에 따르면 엔화의 경우는 여러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식량과 에너지의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물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BIS가 발표하는 통화 구매력 지수는 '실질실효환율'이다. 한 나라의 화폐가 다수의 교역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얼마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환율은 두 나라 간의 교환 가치를 나타내는 명목환율이다. 그런데, 여기에 각국 간 무역 비중과 같은 가중치를 넣어 계산하면 명목실효환율이 된다.

그런데 한 나라의 통화 가치는 국가 간 물가상승률 차이에 의해서도 변화한다. 명목 환율에 두나라 간 물가 변동을 감안해 계산해 내면 실질환율이 된다. 실질실효환율은 명목실효환율과 실질환율의 개념을 통합한 환율 지표다. 실질실효환율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기준시점 대비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고평가, 100 이하이면 저평가를 나타낸다.

BIS가 발표한 월간 통계에 따르면 5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68.65였다. 1달러=360엔의 고정환율제가 있던 1970년대 상반기보다도 낮은, 사상 최저치였다. 두 번째로 낮은 것은 중국 위안화였지만 그 수치는 91.12로 일본 엔화보다 양호하다. 기준 연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엔화만 30%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의 하락은 수출 중심의 자동차 업체와 해외 사업에 투자하는 무역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미국 국채 등 외화표시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는 '순풍'이다. 하지만, 일반 가계에서는 수입품을 사들일 때 더 많은 엔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쪼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즈호증권의 고바야시 슌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식료품을 구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반도체, 통신기기 등 많은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