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협정에 언급된 '유엔헌장 51조'…"반대한다면 북·러 공격하려는 것"

유엔헌장 51조에 "공격 당할 시 개별·집단적 자위권" 규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현지시간) 베트남으로 출발을 하기 전에 평양 순안 공항에서 열린 작별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참석을 하고 있다. 2024.06.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63년 전 체결됐다 28년 전 사라진 '유사시 상호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키며 '유엔 헌장 51조'를 근거로 들었다. 이번에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 국제 규범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방송 채널1과의 인터뷰에서 "협정에는 당사자 중 한쪽을 공격할 경우 다른 쪽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러시아와 북한의 국내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누군가가 이 조항에 대해 반발심을 갖고 있다면, 오직 북한이나 러시아 연방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19일 북한 평양에서 두 시간에 걸친 일대일 회담 끝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에 따르면 이번 조약에는 북한과 러시아는 한쪽이 침공당하는 등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약 제4조에서 "쌍방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해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 조약의 근거로 삼은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별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을 경우 방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정당방위'를 뜻한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가 공격받을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동맹국도 침략국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차 세계대전에 패하며 육·해·공군 등 전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안보 관련법을 개정해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후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사용할 수 있다며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러한 일본의 사례처럼 양국 간 조약도 국제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유엔 헌장 51조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유엔 헌장 51조에는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된다. 보장이사회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지 취한다"고 명시돼 있다.

유엔 헌장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하더라도 안보리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초저가 취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