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블링컨 방중 앞두고 '으르렁'…"협력 원하면 성의 보여라"

블링컨 24~26일 중국 방문…중국 공식 발표 아직 없어
대만·남중국해·과잉생산 中에 공세 나설 듯

16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뮌헨의 한 호텔에서 제60차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좌)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우)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02.16/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양자 관계 및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의 인권 문제 및 과잉 생산, 대만, 남중국해 등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중국 관영 언론에선 미국이 중국과 협력 없이 국내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미국 측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견제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국무부 발표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24~26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하고 중국 측 고위 당국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현재까지 중국 정부는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관리에 나서면서도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 통화를 가진 데 이은 후속 조치 성격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방중 기간 양자 관계 및 역내 이슈,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구체적으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 대응 문제 △양국 군대 간 소통 강화 △인공지능(AI)의 위험 및 안전에 대한 대화 구축 △인적 유대 강화 등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 중국 측에 인권 문제, 불공정한 경제 및 무역 관행, 과잉 생산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분명하고 솔직하게 제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남중국해, 대만, 우크라이나, 중동 문제 등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다.

이와 관련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발표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 주요 의제를 볼 때 이번 방문이 이견을 확대하고 더 많은 부정적 요인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링컨 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 기간 남중국해, 무역 관행, 대만 문제 등에 있어 중국에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지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대선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관리하고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에 노력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미국 관리의 중국 방문이 잦아지는 것은 중국 없이는 미국이 국내외 이슈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 미국은 중국에 대해 압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논평기사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 '훈계'를 하러 방문하고 중국이 미국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정 파괴'라는 인상을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며 "미국이 방문의 몸값을 높이려고 하는 상투적 수법으로 이는 중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을 '굴복시킨다'는 마음으로 중국을 방문해선 안 되며 이렇게 될 경우 양측의 소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바이든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슈에 대해 중국이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면 미국은 자세를 낮추고 중국에 대한 충분한 존중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