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라톤 선수에 1등 몰아주기?…논란 확산에 당국 조사 착수

중국 기록 보유자 허제 우승…케냐 등 선수가 '봐줬다' 의혹
당국 조사 착수…논란 4명 선수 모두 같은 회사 후원

14일 열린 베이징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승부 조작 논란이 제기됐다.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승부 조작 논란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당국도 이번 대회에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17일 중국신문망 등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지난 14일 베이징에서는 하프 마라톤 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남자 마라톤 기록 보유자인 허제가 1시간 3분 44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허제는 지난달 파리올림픽 선수 선발 대회를 겸해 열린 우시마라톤 대회에서 2시가 6분 57초의 기록으로 중국 국내 신기록을 새로 썼다.

허제가 하프 마라톤 대회 데뷔전에서 우승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번 대회는 곧바로 승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허제는 로버트 키터, 윌리 응낭가트 등 2명의 케냐 선수와 에티오피아 국적의 데제네 비킬라와 선두 그룹을 형성하며 결승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때 응낭가트가 허제에 보면서 속도를 늦추며 먼저 가라는 듯한 손짓을 보이자 허제가 선두 나서며 근소한 차이로 이들을 앞섰다. 이어 키터가 속도를 내서 달리는 비킬라를 손으로 막아서는 장면도 포착된다.

결국 우승은 결승선 통과 직전 막판 스퍼트를 한 허제에게 돌아갔다.

나머지 3명의 선수는 모두 1시간 3분 45초를 기록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스포츠 경기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 "호송식 마라톤 경기였다", "공정한 기록을 겨뤄야 하는 마라톤 경기라고 하기엔 매우 실망스럽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결국 응낭가트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선수 3명은 허제의 페이스메이커였다"고 밝혔으나, 그들의 번호표에는 이 같은 언급도 없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베이징시 체육국은 진상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육상협회도 "올봄부터 전국에서 마라톤과 같은 러닝 대회가 열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이 같은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 조직과 운영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육성협회는 마라톤 대회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승부조작이 제기된 대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업계에서는 스포츠 대회가 상업화되면서 우승 몰아주기 논란이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이번에 우승한 허제와 공동 2위를 기록한 3명의 선수 모두 중국 운동화 브랜드인 터부와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공교롭게 터부는 이번 하프마라톤 대회의 주요 스폰서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 터부 관계자는 "상황을 확인하고 여러 측면에서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