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공화국' 일본서도 서점 사라져간다…정부 본격 지원 착수

경산성, 장관 직할 서점진흥 프로젝트팀 신설
지자체 4곳 중 한 곳은 오프라인 서점 없어…복합 문화 공간으로

일본 도쿄 메구로구의 한 서점에서 한 여성이 앉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2017.03.0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정부가 전국적으로 서점 수가 급감하자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서점 살리기'에 나섰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5일, 장관 직속 '서점진흥 프로젝트팀'을 설치했다. 향후 서점을 지역 문화의 중요 거점으로 만들 방침이다.

프로젝트팀은 영화·음악·문예 등을 다루는 콘텐츠 산업과로 편입됐다. 현금 없는 신용거래 결제 추진 및 중소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부서도 참가해 부처에 얽매이지 않고 사업 내용을 논의하고 조사를 실시한다.

추후 경산성 담당자 등과 서점 및 출판 관계자로 구성된 원탁 청문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비효율적인 출판·유통 개선, 점포 내 디지털 기술 활용의 필요성 등 현안 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또 카페나 문구점을 병설해 매력적인 독서 공간을 만드는 서점 체인 등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지원책 마련에 참고하기로 했다.

경산성이 장관 직속 팀까지 만든 배경에는 거리의 서점이 사라져, 많은 이들이 현실 공간에서 미지의 책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대한 심각한 위기감이 있다. 서점의 유무로 벌어질 수 있는 문화 격차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 진보쵸의 중고서점가에서 사람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다. 2016.11.23/ ⓒ 뉴스1 권진영 기자

일본 출판 인프라센터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4000점포가 넘는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았다. 출판물 사업 자체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 시장의 성장에 밀린 까닭이다.

일반재단법인·출판문화산업진흥재단은 전국 지자체(시·구·정·촌) 4곳 중 한 곳은 지역 내 서점이 아예 없는 상태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책과 잡지를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인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한국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참고 사례로 들고 독립서점 등 중소 서점 지원 정책에 정부가 관여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산성은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자국의 서비스 및 상품이 해외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일본 도쿄 시부야의 '시부야 마루마루 서점'의 책장. 'Meglish 서점'에 임대한 이 칸에는 영문법 및 어학 시험에 관련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출처 : 엑스) 2024.03.05/

부처의 지적대로 일본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 수 있는 이색 서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TBS에 따르면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시부야 마루마루 서점'은 개인의 편애를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점포 내 선반을 한 칸씩 개인에게 임대해, 팔고 싶은 책을 원하는 가격에 내놓게 하는 식이다. 개인의 취향을 남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주쿄테레비가 보도한 아이치현 소재 '나고야 북 센터'는 나고야 출신 작가의 작품과 이 지역에 대해 다룬 책만 전시하고 판매한다. 서점 주인은 처음 가게를 낼 때 "다들 걱정했다"면서도 지역의 관광 명소이자 안내소 역할까지 수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