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은 옛말"…中 관광객, '쇼핑 천국' 홍콩서도 지갑 닫았다

춘제 연휴 첫 3일 홍콩 방문 중국인 코로나19 이전의 76%
홍콩 강달러·높은 물가·중국 경제난 등에 '가성비' 여행 선호도 ↑

설날을 앞둔 30일 홍콩 상점에서 한 고객이 '용' 인형을 구경하고 있다. 올해는 '용의 해'이다. 2024.1.30 ⓒ AFP=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고 '당일치기' 가성비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춘제 연휴 첫 3일간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은 47만14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2만3521명)의 76%에 해당한다.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 관광객들은 과거 홍콩에서 명품과 면세 쇼핑을 즐기며 '큰 손'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인 입장에서 홍콩에서의 쇼핑이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다.

홍콩의 강달러로 인해 물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는데다 중국 내에서도 같은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홍콩에서 수일간 머물며 관광하는 것이 아닌 당일치기로 시내 관광을 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실제 중국 젊은층이 즐겨하는 SNS 샤오훙슈에는 '300위안으로 홍콩 하루 여행하는 법', '홍콩 하루 '시티워크' 공략법', '홍콩 하루 여행에서 400위안만 쓴 방법' 등의 게시글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트램을 이용해 교통비를 절약하거나 저렴한 한끼 식사를 먹을 수 있는 곳의 정보 등을 담고 있다.

최근 홍콩을 방문한 22세 여성은 SCMP에 "본토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홍콩에서 도보 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오전 10시쯤 홍콩에 도착했는데 12시간 후 선전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이 '가성비' 여행을 선호하는 것은 최근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각종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이먼 리 시우포 홍콩 중문대 아시아태평양 경영연구소 명예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현명 소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홍콩에 2~3일 머물기보다 당일치기 여행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이 당일치기 홍콩 여행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비싼 물가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쇼핑 매력도도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다.

특히 홍콩의 경우 1인당 면세 한도가 5000위안인데 반해, 중국 하이난의 경우 1인당 면세 한도가 10만위안에 달한다.

숙박 시설 역시 5성급 호텔인 홍콩 리츠칼튼의 1박 숙박비는 약 4050홍콩달러인데 반해, 홍콩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선전 리츠칼튼 숙박비는 1210홍콩달러 수준이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