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위 부동산재벌 헝다, 440조 빚과 함께 추락…27년 몰락사[딥포커스]

대출과 선분양 등 남의 돈으로 건설…문어발식 사업 확장
홍콩법원 청산명령…채권 회수율 3%도 밑돌듯

29일(현지시간) 중국 장쑤성 난징의 한 아파트 단지에 부동산 대기업 헝다의 로고가 보인다.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헝다에 청산 명령을 내렸다. 2024.01.29/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44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채무(지난해 6월 기준)를 진 중국 2위 부동산업체 헝다가 29일 홍콩 법원의 파산 명령을 받았다. 1997년 중국 선전시에서 창업해 중국 경제 급성장과 부동산 붐 덕에 거대 기업이 되었지만 27년 역사가 허망하게 끝날 위기에 처했다.

대출로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득을 보고, 그후 투자를 받아 전기차에서 음료까지 다양한 분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다 망하게 된 헝다의 몰락에는 '빚'이라는 바탕이 있었다. 한마디로 빚에 의존해 성장하다 빚으로 망한 기업인 셈이다.

헝다그룹은 대출을 받아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어 선분양해 팔았는데 중국 경제의 급성장을 따라 부풀어 오른 부동산 붐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주로 중산층 이상을 타깃으로 아파트를 건설, 280개 도시에 헝다그룹의 아파트가 있을 정도였다. 또 상업시설부터 주택, 사회기반시설(인프라)까지 900개에 달하는 건설프로젝트를 완성했고 직원만 2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국의 아파트들이 포화상태가 되자 헝다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다. 건설업계를 넘어 식품, 레저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광저우 FC축구클럽까지 운영했다. 쉬자인 회장은 한때 포브스 추정 재산이 425억달러에 달해 아시아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19년에는 전기차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개발해 출시한 차량은 없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 AFP=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헝다의 비극은 이 같은 무리한 사업확장에서 시작됐다.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을 건설하던 헝다는 신사업 역시 대규모로 투자를 받으면서 천문학적인 빚을 쌓았다.

2021년 헝다의 파산 위기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기업들의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헝다는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기업의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았던 이런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짓고 있던 아파트들의 완공이 지연되고 헝다자동차의 주가도 폭락했으며 결국 2021년 9월 처음으로 달러표시 채권이자 결제에 실패했다. 헝다는 결국 2021년 12월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고 이는 시장 패닉을 불러왔다. '선분양' 구매자들은 집은 받지 못한 채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헝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역외 부채를 구조조정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지난해 8월에는 맨해튼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를 요청했다.

이번 홍콩법원의 헝다 청산 명령은 2022년 외화 표시 채권 채권자인 탑샤인글로벌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홍콩 고등법원에 제기해 이뤄졌다. 탑샤인글로벌은 헝다가 8억6250만 홍콩달러 채무를 갚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다의 남은 운명도 여전히 험난하다. 법원 청산 명령 후 임시 청산인이 지정되고 그후 정식으로 청산인이 임명되는데 이들은 헝다의 채무 상환을 위해 자산을 관리하고 팔 수 있는 자산의 매각을 준비한다.

청산인이 판단하기에 회사에 충분한 자산이 있다고 보거나 우호적인 투자자가 나타날 경우 채무 재편이 이뤄지기도 한다. 또 청산인이 자산 조사 중 이사에 의한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홍콩 검찰에 이의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헝다가 청산명령에 불복해 항소할 수도 있지만 그 기간에도 청산 절차가 진행된다.

청산 명령에 따라 홍콩 증시에서 헝다와 그 자회사의 주식은 매매가 정지됐다. 채권자들이 채권을 회수할 비율은 3%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립자이자 회장인 쉬자인이 지난해 9월 자산을 해외로 불법 이전한 혐의로 당국에 연행된 것으로 보듯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또다른 난관은 본토 법원이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헝다의 대부분 부동산 사업은 중국 본토에서 운영하고 있어 본토 법원의 별도 허가 없이는 자산을 압류하기가 쉽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청산인이 중국 본토의 헝다 자회사의 대표를 교체함으로써 자신의 관리 하에 둔다고 해도 본토의 헝다 자산이 이미 채권자에게 압류되거나 법원에 의해 동결되어 있을 수 있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치가 거의 상실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