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한 美청년, '특별한 핼러윈' 보러 갔다 참변-CNN
가까스로 탈출한 佛유학생 "초반엔 재밌었다…그러더니 비명 들려"
외국인에게도 '이태원 핼러윈' 유명세…사고 장소는 '핫플레이스'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초반에 우리는 이것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생존자 안-루이 슈발리에(22)가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온 슈발리에는 "이태원의 핼러윈이 굉장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낯선 외국인들에게 이 같은 이태원의 생경함은 삽시간에 10만명 인파가 몰리면서 공포가 됐다. 지난달 29일 오후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해밀톤호텔 옆 길이 40m, 폭 3.2m의 약 5.5평짜리 좁은 골목은 나이트클럽, 술집, 음식점 등이 즐비해 외국인들에게도 서울의 대표 핫플레이스로 알려져있다.
슈발리에는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우리는 다 같이 꼼짝하지 못했고 뭉개졌다"며 "그리고 나서 몇몇 사람들의 비명과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인파 속에서 두번 기절했다던 그는 "공기가 없어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며 "거의 죽을 뻔했는데 가까스로 친구와 함께 빠져나왔다. 나는 매우 매우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온 이안 창(21)도 '특별한 핼러윈'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 스티븐 블레시(20)와 이태원 그 골목에서 만나기로 했다. 창은 "처음에 우리는 이태원 핼러윈의 특별한 게 무엇인지 보러 가고자 했다"며 "사람들로부터 이태원에서 굉장히 거대한 핼러윈이 열릴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오후 9시40분경 창이 도착해서 본 이태원의 모습은 다소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리하여 그는 오후 10시17분께 아직 만나지 못했던 블레시에게 메시지를 보내 "너무 꽉 찼다. 갈 곳도 없다"며 이태원 대신 홍대 근처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후 창은 블레시의 답장받지 못했다.
창이 메시지를 보낸 시각 블레시는 이미 골목 인파 속에 파묻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창을 비롯한 블레시 친구들 그리고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그 가족들은 이튿날 정오 무렵 미국 대사관을 통해서 그의 부고를 들었다. 블레시와 이른 저녁에 함께 시간을 보냈던 미 켄터키 출신 앤 기스케(20) 역시 압사자 중 한명이었다.
창은 "블레시는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정말 많은 꿈을 꾸었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장래가 밝은 그는 이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창은 블레시는 한국의 음식과 밤문화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를 사랑했다고 회고했다.
3일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참사 인명 피해자는 총 326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156명 가운데 외국인은 26명이었다. 이란인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3명, 러시아 4명 등이다. 연령대로 보면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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